비투비 본격 '스릴러'…여자, 광기, 그리고 반전[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09.13 07: 06

내 기억 속 비투비? 예쁘장한 댄디룩을 입은 채, '두 번째 고백'을 하겠다며 달콤한 세레나데를 부르며 무대를 사뿐사뿐 뛰다니던 상큼 아이돌. 그런데 느닷없이 좀비처럼 걷는 섬뜩한 악동들로 변해 돌아왔다. 비투비 세 번째 미니앨범 '스릴러(Thriller)', 동명의 타이틀곡 '스릴러' 이야기다. '콘셉트 변신'이란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방금 무대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복장을 하고 합정동을 방문한 비투비 멤버들은 잠시 인근 풀숲에서 화보(를 연상케 하는 인터뷰 사진)를 찍고 돌아왔다. 살짝 기운이 없어 보여 물었더니 오늘만 벌써 다섯 번째 인터뷰란다. 잠도 깰겸, 새로운 콘셉트 이야기도 할 겸 스릴러(및 호러) 장르의 영화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게 어느덧 본 인터뷰를 잠식했다. 비투비의 본격 '스릴러' 여자, 광기, 그리고 반전이 시작된다.(※해당 소재는 스릴러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로 선정했다.)
■ 여자…기괴한 매력, 탄탄한 몸매, 그리고 달콤함 추가요

스릴러 영화의 묘미는 역시 여자 인간의 앙칼진 하이톤의 비명소리다. '스릴러'로 돌아온 비투비 역시 막강한 여성 팬덤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번 컴백 앨범에서 비투비가 뭇여성들의 마음을 쏙 빼놓을 비장의 무기는 무엇일까.
"가요계에선 흔치 않은 콘셉트죠. 잡혀가는 공주를 찾으러가는 흑기사라서, 판타지스러운 부분이 짙어요. 귀족풍의 뱀파이어 이미지를 찾은 뒤 사진으로 찍어서 의견을 냈는데, 그게 반영돼 흐뭇합니다. 좀비춤을 추는데, 팬들은 자꾸 닭이 모이를 쪼는 춤이라고 하네요. 닭 모이춤..아니거든요. 매력적인 좀비춤이에요."(육성재)
"기괴함, 악동스러움, 카리스마..좋아요. 끌리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두번째 고백'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들어요.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팀버튼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영감을 받고 이걸 만드셨어요. 우리가 단순히 인상만 쓰고 있는 게 아니니, 표정의 변화에 주목해주세요."(이창섭)
무대 뿐이 아니다. 비투비는 컴백을 앞두고 상체 탈의 티저이미지를 공개하며 여성 팬들의 심박수를 한껏 끌어올렸다. 가장 탄탄한 몸의 주인공을 묻자, 멤버들의 시선이 민혁에게로 꽂혔다.
"이제껏 살면서 운동을 혼자서만 해왔는데, 처음으로 피티(P.T:personal training)란 걸 받아봤어요. 극한의 체력을 소진해 운동을 거듭했죠. 예전엔 사람들이 몸을 보면 '와~' 이런 반응이었다면, 이제는 '드래곤볼(일본의 인기만화)' 캐릭터 같다는 반응이 많아요."(이민혁)
멤버들의 얘기처럼 '스릴러'라는 장르는 분명 아이돌계에선 희귀 콘셉트다. 이는 마니아들에게 출구없는 마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다소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을터. 그래서 달달한 노래도 친절하게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저희 앨범이 '스릴러'가 강렬한 음악인데,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달콤한 노래들도 꽤 있어요. 선공개곡 '내가 니 남자였을 때'가 그런 노래죠. 저희는 모든 팬분들을 다 안고 가겠어요."(임현식)
■ 광기…외로움에 미쳐 팬들의 사랑을 갈구하다
스릴러의 묘미는 역시 광기 어린 살인마다. 광기 없는 스릴러는 사다코 없는 '링'이고, 이서진 없는 '꽃할배'다. 컴백 비투비는 이 같은 광기를 앨범 타이틀곡 '스릴러'로 확연하게 드러낸다. 무대, 혹은 뮤직비디오를 볼때면 웃는지 화내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랩을 하는 비투비 래퍼라인 정일훈, 이민혁, 프니엘의 발견이 가능하다. 멤버들의 고백과 증언도 잇따른다.
"래퍼 라인이 광기적인 요소를 맡은 거 같아요. 다크하고 제정신이 아닌 느낌을 소화하려고 애를 써요. 거기에 비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정상에 가깝죠."(정일훈)
"맞는 말이에요. 래퍼 라인이 '스릴러' 콘셉트를 제대로 소화했어요. 솔직히 멋있게만 보이고픈 마음이라면 껄그러울 수 있는 표정으로 신들린 듯한 랩을 선보여요. 그래서 절로 몰입하게끔 하는 힘이 있어요. 내면의 연기, 사이코적인 느낌을 살며시 표출했죠."(이창섭)
광기 콘셉트와는 별개로, 평상시 정상이 아닌듯한 4차원 기운을 방출하는 멤버를 물었다. 비투비, 단결력이 참 좋은 팀이다. 이번엔 모조리 창섭을 꼽았다. 마침 개인컷을 찍으러 자리를 비운 틈이기에 멤버들 목격담이 속사포 랩처럼 몰아쳤다.
"표정부터 4차원이에요. 대화를 할 때도 단어 사용도 남다르죠. 아까 인터뷰 때 '기괴'라는 말도 그런 예죠. 어느 때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다가, 갑자기 묵직한 목소리로 '개구리가..'라는 알 수 없는 발언을 해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요주의 인물입니다."(정일훈)
"약간의 기면증(항상 꾸벅꾸벅 졸거나 잠이 든 상태) 증상도 엿보여요. 군무를 하다가 잠들기도 하고, 아카펠라를 하다가 소리가 없어져서 보면 자고 있어요. 햄버거를 먹다가 잠들기도 해요."(*익명 요구)
사진을 찍던 창섭이 자리로 돌아오자, 자연스럽게 화제가 전환된다.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멤버들이 미쳐있는 '무언가'로까지 확장됐다. 은광은 롤게임, 창섭은 커피, 민혁은 야구와 맥주에 꽂혀있다. 하지만 정작 멤버들 모두의 입을 모은 건 '외로움'이다.
"외로움에 미쳐있어요. 우리끼리는 자주 보지만, 아무래도 그 밖에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으니 사람이 그리워요. 그립다보니 외롭고, 그렇다보니 또 사람이 미치도록 그립죠."(이창섭 외 다수)
아이돌이 외롭다니, 안 될 말이다. 의젓한 막내 육성재(18)가 나서서 황급히 마무리한다.
"하하. 우리는 사실 팬들에 미쳐있어요. 우리가 사실 미치도록 갈구하는 건 팬분들의 사랑이죠. 가끔 밤새 녹화를 뜨고 너무 힘들어 가다보면, 방송국에서 나가는 모습을 잠깐이라도 보기 위해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봐요. 그 모습을 보면 '많이 힘들텐데 우릴 응원해주길 위해 와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들 힘을 내게 됩니다."(육성재)
■ 반전…멤버 옆구리에서 튀어 나오는 리더의 머리
'스릴러'라고 하면 여자, 광기, 그리고 역시 포인트는 '반전'이다. 영화 말미 소름 확 돋는 반전의 강약에 따라 영화의 별점이 달라질 정도. 비투비도 '스릴러'도 반전 투성이다.
"이번 이미지 자체가 반전이에요. 단순히 콘셉트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악동스러운 느낌을 내면서도 얘네가 진심으로 무섭게 하려는 건지 아니면 즐기는 건지를 파악할 수 없게 하는 거죠. 즐거움과 섬뜩함이 교차해요. 그럴수록 왠지 모를 긴장감도 돌죠."(정일훈)
"안무와 표정의 괴리감에서 오는 반전도 있어요. 악동을 표현하다보니 인상을 팍 쓰고 진지하게 할 때가 있는데 안무는 뭔가 뒤뚱뒤뚱하거든요. 또 창섭이 형 옆구리에서 은광이형 머리가 튀어나올 때, 깜짝 놀라게 되죠. 누가 상상 했겠어요? 아이돌 무대 안무 도중에 멤버 옆구리에서 리더 얼굴이 튀어나올 줄…"(임현식)
인터뷰 도중 '반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창섭이 또 입을 열려고 한다. 사뭇 진지하게 시작된 답변은 결국 묘한 감탄사로 끝이 났다. 이 남자 매력 있다.
"엔딩이 열린 결말이에요. 흑기사 입장과 악마의 입장이 오고가죠. 그러다가 마지막 엔딩을 열어놓고 듣는 사람들의 판단에 맡겼어요. 해피엔딩일 수도, 소름돋는 엔딩일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진짜 반전은 노래 자체에 있어요. 노래가 쉬는 타이밍이 없이 끝가지 상승만 하거든요. 듣다보면 마지막에 어, 어, 어, 어~!(한 옥타브씩 올리며 설명). 말하자면 오토바이 속력이 한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느낌이에요."(이창섭)
매번 대기실과 무대에서 스치듯 인사만 했던 비투비와의 첫 인터뷰였다. 공식적인 첫 만남의 소감을 읊자면, 이제껏 머릿속에서 그렸던 이미지와 참 많이 달랐다는 거다. 그건 비투비 멤버들이 대중에게 보여줄 매력이 앞으로도 한참 많이 남았다는 소리기도 했다. 이 말에 멤버 민혁이 격하게 동의한다.
"언제나 꿈꾸는 건 반전의 그룹이 되는 거죠. 매번 컴백할 때마다 '와, 비투비가 이런 콘셉트도 소화할 수 있는구나'라는 반응을 얻고 싶어요. 어떤 걸 기대해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완벽한 팀으로 거듭나고 싶은게 비투비의 목표죠."(이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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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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