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팀 위기에서 구해낸 '슈퍼 캐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8 21: 08

호수비 퍼레이드였다. 왜 두 팀이 최근 들어 꾸준히 강호로 군림할 수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한 판이기도 했다. 두 팀의 수준 높은 수비 대결이 잠실벌을 달아오르게 했다. 정수빈(두산)의 다이빙캐치는 그 정점에 있었다.
두산과 SK는 8일 잠실구장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펼쳤다. 최근 맞대결 때마다 화끈한 타격전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이날 경기도 적잖은 득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경기 양상은 전혀 반대였다. 두산은 크리스 볼스테드, SK는 윤희상이 나란히 호투를 이어가며 팽팽한 투수전 양상이 만들어졌다. 7회까지 두 팀이 각각 1점 밖에 뽑지 못했을 정도였다.
두 선수의 호투를 뒷받침한 것은 역시 수비였다. 리그 최정상급의 수비력을 갖추고 있는 두 팀답게 야수들의 수비력이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두산은 1-1로 맞선 5회 1사 후 김성현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김강민의 비교적 잘 맞은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잘 처리하며 병살타로 연결시키며 불을 껐다. 7회에는 허경민의 호수비가 나왔다. 1사 2루에서 박재상의 강한 타구를 감각적으로 손을 뻗어 잡았다. 타구는 허경민의 글러브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실점을 막아내는 계기가 됐다. 허경민은 8회에도 조동화의 까다로운 타구를 잘 처리했다.
8회 정수빈의 호수비는 결정적이었다. 8회 2사 1,3루에서 박정권의 타구가 우중간으로 향했다. 이것이 빠졌다면 3루 주자 최정은 물론 1루 주자 스캇까지 홈을 밟아 순식간에 경기가 기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력질주한 정수빈은 이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팀을 구해냈다. 다른 야수들의 실책 2개를 한꺼번에 만회하는 수비였다. 이는 결국 팀의 2-1 승리의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
정수빈은 경기 후 이 수비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내가 놓쳤다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잘 잡아서 분위기를 이어가게 됐다"라면서 "높은 공이어서 쉽게 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잡는 순간 ‘이제 됐다’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웠다.
SK도 만만치 않았다. 3루부터 최정 김성현 나주환 박정권으로 이어진 수비 라인이 그물망 수비를 펼쳤다. 이날 유독 불규칙 바운드에 많이 나오는 모습이었는데 이를 잘 잡아내며 윤희상의 호투를 도왔다. 포수 정상호도 수훈갑이었다. 6회 1사 1,2루에서는 민병헌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3루로 뛰던 김재호까지 정확한 송구로 아웃시키며 더블 아웃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터져나온 정수빈의 호수비에 막혀 연승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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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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