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TV앞을 극장으로, 시청자를 관객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국내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함과 더불어, 영화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영상의 고퀄리티 덕분이다.
이제 막 극의 중·후반부를 넘기며 이야기의 절정에 이르는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김정민 감독과 한정훈 작가를 동시에 만나 궁금증을 풀어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나쁜 녀석들'이 체택한 반(半) 사전제작 시스템 덕분이었다.
이와 같은 '반 사전제작 시스템'은 대본의 완성도는 물론, 배우들의 캐릭터 준비, 공들인 촬영과 영상 후반 보정작업 등에 여유를 안겼다. 그 결과 지금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완성도 높은 '나쁜 녀석들'이 탄생이 가능했다. 매 회 OCN 채널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하며 저돌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나쁜 녀석들'에 대한 궁금증을 제작진의 입을 통해 풀어봤다.

-일을 제대로 냈다. '나쁜 녀석들'의 인기를 실감하나.
한정훈 작가(이하 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첫 번째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 내용적으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인기를 체감하는 요소다.
김정민 감독(이하 김): 촬영하고 나면 '느낌'이란 게 있다. '나쁜 녀석들'은 그런 게 있었다. 배우분들도 좋은 반응을 겪고 있다. 김상중 선배님은 지상파 연출자들에게 '잘 만들어졌다'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케이블 작품도 신선하고 재밌다'는 반응이다. 박해진씨도 첫 방송 후 그런 이야길 했다. '지금껏 해왔던 작품 중에 이렇게 뜨겁게 연락왔던 작품이 없었다'고. 마동석 씨도 영화 제작자나 PD분들에게 '드라마인데 잘 만들어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
-역대급 시청률을 몇 차례 경신중이다.
한: 너무 좋다. 정말 잘 되거나, 안 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애매한 건 정말 없을 것 같던 작품이다. 준비할 때는 '대박'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오히려 실패 쪽에 치우치지 않게 중화시키려고 많이 노력했다.
-범죄자 미화에 대한 우려는 확실히 없다.
김: 한 작가님이 대본을 쓸 때, 이들이 중범죄자들이지만 결국 사람이라는 데 중점을 두고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했다. 인간적인 면을 대본상으로 잘 표현을 해주었다.
한: 의도적으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넣었다. 작품 속 '조폭'은 멋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배신을 하는 게 드러났다. 박웅철(마동석 분) 캐릭터를 멋있게 보였다고 해서 조폭을 미화시킨 게 아니게 하기 위해, 집단과 개인을 확실히 구분했다.

-'나쁜놈 어벤져스'라는 수식어가 있다.
한: '어벤져스'의 재밌는 요소가 있다.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 싸우는 대목이다. '나쁜 녀석들'은 한 명 한 명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분들이 한 데 모였다. 각자를 뚜렷하게 만들어서 캐릭터적 재미를 더하려 애썼다.
-'어벤져스'처럼 각자 캐릭터들 스핀오프가 제작돼도 재밌지 않을까.
한: 불러만 주신다면.(웃음)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안다. 애초에 이건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생각을 뻗어나갈 때 너무 혼자 많이 나가있으면, 고착화 될 수 있다. 대화를 하며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게 좋다. 귀를 닫고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나오는 것도 같다.
김: '나쁜 녀석들'이 잘 된 이유는 소재도 재밌지만, 사전제작시스템이 한 몫했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이런 걸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갔다.
-'반(半) 사전제작', 해보니 어땠나.
김: '나쁜 녀석들'은 준비를 정말 많이 한 작품이다. 영상에 있어 만듦새가 다르다. 촬영 감독님 테스트 촬영, 미술적인 부분들에도 공을 들였다. 장소 섭외에도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나쁜 녀석들'은 사전제작이 아니었더라면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영화 같은 화면도 사전 제작 덕분인가. 무거운 질감의 화면, 적나라하게 모공까지..다 인상적이다.
김: 한동화 촬영감독님이 잘해주셨다. '나쁜 녀석들'만의 색감을 만들고 싶었다. 한 작가님의 대본을 봤을 때 '질감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거친맛을 살리면서, 사람들의 끈적끈적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새 신발, 새 옷도 모두 촬영장에서 금지했다. 남자들은 대부분이 노메이크업이다. OCN 채널의 특성상 영화같은 드라마로 탄생했다.
-잔인한 장면, 액션 수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 영화라면 표현의 수위가 자유롭겠지만 드라마는 그럴 수가 없다. 채널에서 바라고, 시청자가 바라는 접점을 맞춰야 한다. 화면으로 못 채우는 건 액션 효과음이나 장치적인 부분으로 보충해 시원함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영화로 제작되면 수위적인 면이 지금보다 올라갈까.
김: 영화로 가게 되면 표현수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지금 캐릭터들은 심지어 욕을 거의 쓰지 않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 비현실적이다. 수위적인 부분의 봉인이 해제되면, 많은 부분의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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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환 기자 dreamer@osen.co.kr, '나쁜 녀석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