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 브라운, 면도날 타격 시동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1 10: 00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희망이 읽힌다. 기록, 타구, 표정에서 모두 그렇다. SK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31)이 타격 슬럼프에서 탈출하고 있다. 브라운의 시동이 SK 타선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브라운은 시즌 초반 가장 부진한 외국인 타자 중 하나였다. 침착하게 공을 보는 능력은 좋았다. 맞으면 크게 뻗어나가는 타구, 마치 베일 것 같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스윙 궤적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좀처럼 방망이에 공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출루율은 비교적 높았지만 타율이 1할대에서 허덕인 이유다. 줄곧 4번으로 출전한 브라운의 타격 침체에 SK 타선의 폭발력도 덩달아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서서히 반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4일까지 브라운의 시즌 타율은 1할9푼7리였다. 2할을 넘기는 게 참 힘들었다. 그런데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5호 홈런을 신고하며 감을 찾더니 26일 한화전에서는 홈런 하나를 비롯해 장타 3방을 터뜨리며 4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28일 인천 NC전에서는 3경기 연속 홈런과 더불어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30일 NC전에서도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1할대에서 허덕이던 브라운의 타율은 단 몇 경기 만에 2할7푼2리까지 올라갔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7개)을 터뜨렸고 OPS(출루율+장타율)도 1.003이 됐다. 득점권 타율(.154)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1할 밑에서 고민하던 때보다는 사정이 나아졌다. 브라운은 “큰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타격 어프로치를 좀 더 쉽게 가져가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 고전했는데 이제는 존을 좀 더 넓게 보며 치고 있다”고 차분하게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홈런 세 개의 질도 주목할 만할 필요가 있다. 브라운은 홈런에 대해 “좋은 타이밍에 좋은 궤적이 나와 생기는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도 “가운데 방향으로 날아가는 홈런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25일 한화전 홈런은 우측, 26일 홈런은 우중간, 그리고 28일 홈런은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자기 스윙이 좋은 타이밍에서 나오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만하다.
미국에서 잘 보기 힘들었던 옆구리 유형 투수에게 약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대훈(한화)과 이태양(NC)을 상대로 홈런을 치며 적응 조짐도 과시했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는 등 경기에 대한 열의도 강하다. 종합하면 여러모로 나아진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체격은 크지 않지만 엄청난 배트 스피드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은 7개의 홈런에서 이미 검증이 됐다. 구단 안팎에서는 “점점 나아지는 일만이 남았다”고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막 관건은 해결사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 브라운은 올 시즌 4번 타순에서 타율이 2할에 머물고 있다. 안타 12개를 치는 동안 볼넷은 17개를 골랐고 삼진은 21개를 당했다. 폭발적인 해결사 면모와는 거리가 있었다. 최정을 거르고 브라운과 상대하는 팀도 적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30일 4-2로 앞선 2회 2사 만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쳤다. 심적인 부담을 조금 덜어줄 만한 귀중한 안타였다. 브라운도 “처음에는 팀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해 부담이 있었는데 서서히 그 짐을 덜고 있다”라며 본격적인 발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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