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랜드와 청춘FC, 완생 향한 미생의 동반질주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9.04 13: 03

'미생'(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서울이랜드FC와 청춘FC의 심장박동수가 함께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은 축구 열기로 뜨거웠다. 서울이랜드와 청춘FC의 평가전에 예상을 뛰어넘는 구름관중이 몰려든 까닭이다. 1000여 석의 좌석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경기장 외곽은 물론 산중턱까지 팬심의 발길이 이어졌다. 무려 30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KBS2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의 주인공들을 찾았다.
팬들의 후끈한 열기 만큼이나 경기 내용도 화끈했다. 축구에 무한도전하는 아마추어팀 청춘FC는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서울이랜드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양상이었다. 서울이랜드가 2군에 가까운 진영을 꾸렸다는 걸 감안해도 청춘FC의 패기는 놀라웠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승부(제작진 요청 결과 비공개)로 90분 내내 팬들을 열광케 했다.

▲나 또한 청춘이고 미생이기에
서울이랜드의 공격수 최유상(26)은 지난해 12월 소속팀의 공개테스트를 통해 546대1의 경쟁률을 뚫은 기적의 주인공이다. 청춘FC의 미생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최유상은 이날 0-1로 뒤지던 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뽑아냈다. "지난해 공개테스트를 참가했던 선수로서 청춘FC의 간절함을 잘 알고 있다. 청춘FC에 당시 같은 팀에서 테스트를 쳤던 선수도 있고, K3리그서 함께 뛴 후배도 있다. 많은 선수들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뜻깊고 좋은 경험이었다." 
최유상은 "청춘FC의 역습이 위협적이었다. 체력적으로 준비가 많이 된 것 같았다. 두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난 청춘FC의 열혈 팬이다. 첫 회에 숙소가 나오는데 나도 '지난해엔 저랬지' 생각하며 왠지 모를 책임감도 생겼다. 내가 정말 잘해서 좋은 상황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반까지 서울이랜드의 골문을 지킨 백업 수문장 이범수(25)는 "청춘FC의 방송을 6회까지 다 챙겨봤다. 1, 2, 3화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공감대도 형성되고, 불우한 환경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이 짠했다. 저렇게 힘든데도 축구를 포기하지 않는 걸 보면서 나는 내 위치에서 행복하고, 더 좋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미생이 완생이 될 때까지
최유상과 이범수는 청춘FC와 같은 미생이다. 최유상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4월 팀에 합류했다. 7월 8일 고양HiFC와 경기서 교체로 나와 짤막한 데뷔전을 치렀다.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 동료 주민규(18골)는 넘어서기 쉽지 않은 벽이다. 
그럼에도 최유상은 희망을 노래했다. "청춘FC 선수들의 힘든 마음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힘든 시간을 겪었던 사람이다. 여기도 똑같다. 경쟁하고 도전하고 준비해야 한다. 내가 많이 부족해서 경기를 못 뛰고 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도전하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면 분명히 좋은 일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나도 운좋게 테스트에 뽑혔지만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 열심히 하고 있다. 청춘FC와 함께 다같이 잘돼서 프로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최유상은 청춘FC와 함께 '완생'(바둑에서, 집이나 돌이 완전히 살아 있음)을 꿈꾸고 있다. "언젠가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다면 좋은 길이 열릴 것이다. 완생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을 해야 한다.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밟아가다 보면 뒤돌아 봤을 때 '잘 보냈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완생이 되기 위해 더 멀리봐야 한다. 항상 미생의 입장에서 준비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범수는 과거 전북 현대 시절 국가대표 골키퍼 권순태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금은 베테랑 수문장 김영광의 빛에 가려 있다. 올 시즌엔 지난달 12일과 16일 김영광이 퇴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상주와 부천전서 골문을 지켰다. 그라운드를 밟는다는 건 이범수에게 간절함 그 자체다. "청춘FC와 같은 환경은 아니지만 나 또한 경기를 못 뛰어 기회가 간절하다.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보니 하나 하나 소중한 걸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청춘FC 선수들을 보면서 어떤 기회든 잡으려고 열심히 뛰는 마음가짐과 도전자세가 보기 좋았다. 그라운드에서 간절함이 보여 시청자로서 뿌듯했다. 미생인 나와 청춘FC 선수들이 함께 프로 무대에서 활약했으면 좋겠다."/dolyng@osen.co.kr
최유상(위, 아래)-이범수(중간) / 이랜드-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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