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고려대에 재학중인 이임생은 대표팀을 무단이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에 출전하기 위한 것.
김호 감독은 여지없이 그를 대표팀에 내보냈다. 대한축구협회도 무단이탈한 이임생에게 국가대표 자격 박탈까지 고려했을 정도.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나오고 있다. 물론 당시와는 다르다. 이임생은 본인의 의지로 대표팀을 나왔지만 이번에는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보낼 예정이다.

농구 대표팀 김동광 감독은 15일 진천선수촌에서 "이종현, 문성곤, 강상재(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를 정기전에 내보낼 것"이라면서 "누구는 보내고 안 보내고 할 수 없다. 어차피 그 날을 대표팀 휴식일로 정해서 훈련스케줄에 큰 지장은 없다. 선수들이 다치지나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 고연전은 오는 18일과 19일 열린다. 김동광 감독이 있는 대표팀은 오는 23일부터 중국 후난성에서 열리는 제 28회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특히 대표팀은 연고전이 열린 뒤 3일 후 출국할 예정이다. 김 감독의 말처럼 정기전이 열리는 날이 휴식일이기는 하지만 선수들을 내보낸다는 것인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다. 이미 대학 선수들은 대학리그에 출전하고 있다. 반면 KBL 소속 선수들은 대표팀 합류 후 소속팀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대학 선수들은 나서야 하고 프로선수들은 나서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차피 김 감독의 판단처럼 시간이 충분하다면 프로 선수들도 경기에 나서도 된다. KCC의 경우 김태술이 빠진 상황에서 엔트리를 채울 선수가 부족해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판단이 나온 김민구를 출전 시키고 있다. 추승균 KCC 감독은 "김민구 출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엔트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만약 대학선수들을 대표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연고전 출전을 허용했다면 분명 이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 대표팀에 합류 시켰다면 더이상 다른 대회 출전은 불가했어야 한다. 대표팀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아무리 실력이 있더라도 포함 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대표가 아닌 다른 이유로 부상 혹은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대학리그에 출전한 선수중 부상을 당한 선수가 있다. 강상재가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하고 대표팀에 돌아온 것. 대학리그가 이 정도인데 양팀 선수들이 치열하게 맞붙는 정기전이라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 특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가대표로의 책임감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선수들을 독려해야 할 감독이 부상자가 생길 가능성을 알고서도 출전 시킨다는 점이다.
김동광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농구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더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 하지만 국가대표에 대한 책임감을 감독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면 선수들의 의지는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