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데뷔한 ‘살아있는 화석’ 주희정(38, 삼성)에게만 보이는 길이 있다.
서울 삼성은 15일 오후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2라운드서 인천 전자랜드를 82-74로 물리쳤다. 3연승을 달린 3위 삼성(7승 5패)은 2위 모비스(7승 4패)를 반 경기 차로 추격했다. 아울러 삼성은 전자랜드전 4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전자랜드는 주포 안드레 스미스(무릎)와 정영삼(허리)이 부상으로 빠졌다. 그럼에도 3쿼터까지 알파 뱅그라가 무려 35점을 쏟아내며 삼성과 대등한 경기를 했다. 전자랜드는 3쿼터 후반까지 오히려 60-51으로 9점을 앞서나갔다.

경기흐름을 뒤집은 선수는 관록의 주희정이었다. 노련한 가드의 투입과 동시에 삼성의 막혔던 공격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주희정은 4쿼터 직접 공격에도 가세하며 9득점을 뽑았다. 라틀리프에게 넣어준 엔트리패스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주희정은 고비 때만 활약하며 14점, 4어시스트로 승리를 이끌었다.
주희정은 어떻게 4쿼터에 맹활약할 수 있었을까. 경기 후 주희정은 “3쿼터 전자랜드의 2-3 지역방어를 깨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 론 하워드가 포인트가드를 봤다. 상대가 지역방어를 서도 2대2 픽앤롤을 하면 라틀리프가 골밑서 찬스가 나는 것이 보였다. 들어가서 했는데 어시스트도 나오고 적중했다. 전자랜드 수비의 허점을 봤다”며 웃었다.
거의 18년 동안 프로농구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주희정이기에 상대의 수가 훤히 보였다는 말이다. 특히 주희정이 포인트가드이기에 가능한 혜안이다. 주희정의 경기 보는 눈은 이상민 감독이 따로 지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코트안팎에서 주희정은 ‘리더’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꼴찌’였던 삼성이 이기는 버릇을 들이기 시작했다. 주희정은 “후배들에게 ‘프로에서 농구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 할 때 즐겁게 하자’고 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 못 간다고 해도 좋은 선수들과 같이 뛰고 재미나게 플레이하면서 서로 격려해주고 그렇게 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강팀이다. 6강에 진출하면 단기전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챔프전도 갈 수 있다”며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줬다고 한다.
특히 주희정은 같은 포지션의 후배 이시준, 박재현에게 애정이 많았다. 주희정은 “같은 선수라 내가 후배들을 지도한다기보다 고참으로서 말을 해준다. (박)재현이가 1번을 보면 부담스러워한다. 2번에서 수비와 궂은일을 해주면서 속공에 가담하고, 코너에서 3점을 쏘는 역할 잘해주고 있다. 그 이상을 기대하면 (박)재현이가 부담스러워한다. 상당히 제 역할 잘해주고 있다. 더 잘할 것”이라며 박재현을 격려했다.
사실상 주희정은 코트 위에서 뛰는 플레잉코치나 다름이 없다. 19년 차 베테랑과 함께 코트에 선다는 것만으로 삼성 후배들은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