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올 가을 흥행하고 있는 영화 베테랑 속에서 나온 대표적인 명대사다. 돈을 좇지말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긍지를 지키자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지난 19일 스타2 프라임을 맡았던 박외식 감독과 소속 선수였던 최병현, 최종혁이 승부조작에 가담하면서 e스포츠 업계와 팬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그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스타크래프트2 승부조작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던 것을 확인하면서 5년만에 다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역작인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국제대회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던 정상급 게이머 뿐만 아니라 워크래프트 시절부터 레전드급 선수로 인정받던 박외식 감독까지 가세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스포츠 4대악’ 중 하나로 ‘승부조작’을 선정했던 바 한국e스포츠협회를 포함해 업계 전반적으로 이번 승부조작 사태에 대해 일벌백계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내달 9일 스타크래프트2의 마지막 시리즈은 '공허의 유산' 발표를 앞두고 있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과거 스타크래프트1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BJ들이 방송하고 있는 아프리카TV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측은 이번 승부조작 사태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 내달 발표하는 스타2 공허의 유산이 이번 사태에 피해를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윤열의 SNS를 통해서 내달 9일 서울 광장구 악스홀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발표회도 규모를 키워 서울 코엑스 D홀 3층으로 잡았다.

이런 가운데 악재가 터졌으니 블리자드에서는 속이 끓을 만도 하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서든 승부조작은 용납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승부조작 사태가 터져서 안타깝다"라는 원론적인 발언만 반복해서 나왔다.
블리자드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아프리카TV 등 개인방송을 송출하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관련자의 개인방송 송출을 중단’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사항에 대해서 뚜렷한 입장 밝히기를 조심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승부 조작 사태 이후 후속 대처의 일환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과거, 현재를 떠나서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에 관계 되었던 모든 인사들의 개인방송 송출을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협회의 요청을 응답한 곳은 트위치 뿐 아프리카TV는 'BJ는 자연인'이라는 논리로 협회의 요청을 무시했다. 블리자드는 아프리카TV의 입장에 대해서 "파트너사의 경영 원칙에 우리가 간섭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아프리카TV가 말하고 있는 자연인은 과연 무엇일까? 아프리카TV는 지난 5월 랜딩, 솔선생, 러너교, 이상호, 효근, 팡이요, 핵스나, 미키갓, Cvmax, 메도우이헌터 등은 아프리카TV로 부터 6개월 이상의 강도높은 중징계를 당한 바 있다. 마치 플랫폼 사업자의 이익을 방해하는 사람은 자연인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프리카TV는 이런 가운데 스타1 승부조작 가담자들에 대해 굉장히 너그럽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자연인으로서 방송할 자유는 제한하지 않고, 법적인 책임을 진 모든 유저들에게 사법적인 권리는 보장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아프리카TV가 주최하는 e스포츠 대회는 도의적 문제를 일으킨 이들은 출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개인방송은 다른 문제다. 그들은 자연인"이라고 방송규제 등의 요청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원칙없는 아프리카TV의 입장에 팬들도 관계자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GSL 해설을 했던 안준영 해설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원칙적으로는 아프리카의 입장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아니꼽다. 예전의 아프리카였다면 아프리카는 플랫폼일 뿐, 방송의 내용까지 터치하지는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의 아프리카의 움직임은 어떤가? 이미 제작에 뛰어들고 있고, 가뜩이나 내년부터 다른 방송 제작도 아닌 GSL 제작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 아닌가? 그런데 그런 이스포츠 정규 리그의 진행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조작범들의 행보에 대해 자유를 인정하겠다고? 무슨 형법상 처벌이 끝난 사람에 대해서 더 이상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느니 이상한 변명하는데, 지금까지 영구정지 먹은 BJ들 전부다 한국 방송통신법 어겨서 법적 근거에 의해 재판받고 정지먹었나? 정지는 운영진 재량일 뿐"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글로 옮겼다.
속만 끓이고 있는 블리자드와 자기들 편한대로 끼워 맞추고 있는 아프리카TV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줄 수 있다면 빌려주고 싶다./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