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12골. 그러나 올해는 아직 무득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만 1골을 넣었다. 많은 기대를 걸었던 이종호(전북)의 성적표다. 전북의 두꺼운 스쿼드 때문에 출전 시간을 적게 받는 것도 문제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종호를 지켜보는 코칭 스태프, 팬들, 그리고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아쉬울 것이다.
소속팀이 바뀌었을 뿐 이종호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팀 훈련 외에도 개인 훈련에 매진하는 등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린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종호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누구를 죽일 것 같은 눈이다. 요즘 선수치고 드문 멘탈이다. 그래서 영입을 결정할 때부터 팬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투쟁력과 근성이 있는 선수가 온 만큼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고 방식. 지금의 이종호를 있게 만든 훈련 방식은 그대로 나둬야 하지만, 소속팀이 바뀐 만큼 사고 방식이 바뀌어야 했다. 전 소속팀 전남 드래곤즈에서는 이종호를 중심으로 전술 구성 및 경기 운영이 됐지만, 전북에서는 절대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면 전북은 아직 이동국 중심의 팀이다.
최 감독은 "전에는 자기 중심적으로 운영됐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동국이다. 그런데 종호가 여전히 자기 역할을 유지하려고 한다. 전북에 오면 동국이를 보고 분위기와 전북의 문화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종호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자기가 중심이었지만, 전북에서는 서브로 뛰어야 한다. 그런 점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회가 주기적이지는 않지만, 그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 그리고 '내가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라는 것이다. 전북에는 비슷한 경우의 선수가 많다. 레오나르도가 대표적이다. 레오나르도는 이번 시즌 대부분을 교체로 출전했다. 그럼에도 자기가 들어간 경기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려 안 한다. 자신이 빛나기보다는 팀이 이기는 것을 우선한다.
지난 24일 상주 상무와 원정경기서도 그런 모습이 나왔다. 후반 1분 이웅희의 패스를 끊은 레오나르도는 박스 내로 돌파해 좋은 기회를 잡았다. 충분히 골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슈팅이 아닌 옆으로 쇄도하던 이종호에게 공을 건넸다. 레오나르도가 골 욕심이 없었을까. 아니다. 욕심은 있지만 팀을 위해서는 희생해야 한다는 전북 문화에 익숙한 레오나르도에게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올해 합류한 로페즈도 마찬가지다. 제주의 에이스였던 로페즈는 변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지난 포항전에서 로페즈가 좋지 않아 후반 초반에 빼버렸다. 다음 경기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그랬더니 큰 헤드셋을 쓰고 표정을 확 구기더라. 그래서 따로 불러서 레오나르도를 보고 배우라고 했다. 아니면 50경기에 모두 나가서 매 경기 골을 넣을 수 있으면 다 선발로 출전시켜준다고 했더니 표정을 풀고 괜찮아지더라"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