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탓은 안 했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도 했다. 하지만 패배는 어쩔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애시당초 한국은 스페인의 상대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최악의 결과를 냈다. 1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친선경기서 한국은 스페인에 1-6으로 패배했다. 한국이 한 경기서 6실점을 한 것은 1996년 12월 아시안컵 이란과 8강전에서 당한 2-6 패배 이후 약 20여 년 만이다.
참패다. 아무리 한국과 스페인의 기량 차가 크다고 하더라도 인정될 수 있는 득점 차이는 아니다. 한국을 상대한 스페인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최종 결과가 두 팀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델 보스케 감독이 생각하기에는 6실점 5골 차 패배는 한국이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선수들의 흔들림이 컸다. 선제골과 추가골을 잇달아 허용한 이후 스페인은 크게 무너졌다. 조직적인 실수보다는 개인적인 실수가 더 컸다. 팀의 주전 골키퍼, 수비수라면 해선 안 될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잇달아 골을 허용한 한국은 결국 1-6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휴가도 반납하고 자발적으로 훈련을 했다"며 "선수 개개인에 대한 질타와 평가보다는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짚고 싶다"고 말했다.
현실은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과 달랐다.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은 물론 선수 개개인이 잘못한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이날 6골이나 허용한 골키퍼 김진현을 향한 비판은 평소보다 날이 섰다. 슈틸리케 감독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경기를 본 팬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스페인이 기술적인 우위를 점했다"며 "어릴 때부터 선수 육성을 잘해야 성인 대표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기술이 좋은 스페인이 한국을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팀이 8분 동안 내리 세 골을 허용하고, 후반전에서도 세 골을 내줄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량 실점으로 흔들린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계속된 추가 실점과 그라운드의 흔들림을 벤치에서 잡아주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흔들림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스페인이 원하는 축구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차이 때문에 파울로 끊는 수밖에 없다. 그런 축구는 하길 원하지 않았다"면서 "감독의 책임이다고 말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 내가 책임을 질 부분이다"며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계속 구조적인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선수 육성을 잘해야 성인 대표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기술적인 발전이 있어야 이런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차이를 전술로 만회할 수는 없었을까.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은 경기를 즐기면서 했다. 기술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분이 우수하면 여러 가지 전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전술도 기술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을 풀이하자면 기술적으로 스페인에 뒤처지는 한국은 애시당초 승리를 바라기 힘들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과 친선경기를 원했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이 1-6 패배 속에서 얻은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그것이 참패의 원인이 된 구조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 /sportsher@osen.co.kr
[사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