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현장①] PD 이경규 “이제 딴사람 말 신경쓴다, 계속 편집 생각”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0.11 10: 55

35년 동안 우리를 웃기고 울린 ‘예능 대부’ 이경규가 ‘또’ 스스로 가시밭길을 자처했다. 끊임 없이 변화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 예능인이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20분에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PD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예능 연출과 출연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기획 회의부터 촬영, 후반 편집까지 모두 참여하며 지금껏 그 어떤 예능인도 하지 않았고 못했던 새로운 길을 걷는다.
1981년 데뷔 이후 이경규라는 예능인은 늘 그랬다. 때론 누구도 가지 않은 곳을 먼저 개척했고, 함께 활동하던 동기들이 모두 자취를 감출 때 철저한 자기관리와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재미를 위해 버럭 화를 내고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며 예능 작법인 갈등을 만들어갔지만 시청자들은 늘 분주하게 움직이며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내는 이경규를 선택했다. 공개 코미디 일색이던 시절 지붕 없는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그 시대의 양심을 찾아다녔고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전국민에게 벅찬 감동을 안겼다. 몰래 카메라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썼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글 같은 예능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과 재미가 되는 존재인데, 연출자로 또 다시 고난을 택했다. 지난 달 7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그의 말대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범균, 김종민, 한철우, 김주희, 유재환이 만들어가는 웃음과 감동이 꽤나 강렬하다. 그 중심엔 연출자이자 출연자인 이경규가 존재한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촬영을 찾았다. 이날 주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라면을 소개하는 것. 이경규는 잠시 쉬는 시간 출연자들이 숨을 돌리는 그 시간에도 바빴다. 한시도 앉지 못한 채 쉰이 넘은 이 노장의 예능인은 행여나 놓치는 게 있을까 꼼꼼히 살폈다. 음식 재료를 챙겨야 했고, 작가들과 대화를 하며 매끄러운 촬영 진행을 이끌었다. “이제 (촬영) 가자”라는 말은 휴식 시간에도 쉬지 않고 다음 촬영을 살피던 이경규가 가장 많이 한 말이었다. 이경규와 함께 협업을 하는 현장 PD가 존재하지만 큰 그림은 이경규가 그려나갔다. 장시간의 촬영 후 인터뷰, 그리고 그는 또 다시 2016년판 이 시대의 양심을 찾아 ‘양심 냉장고’를 안기기 위해 새벽 촬영을 하러 떠났다.
방송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계획한대로 흘러가고 있나.
계획했던 것보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다.(웃음) 막상 해보니깐 제작 여건이 녹록지 않더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기획이나 편집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
회의부터 촬영, 편집 전반에 걸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없나.
한 프로그램을 하는데 다섯 프로그램을 하는 느낌이다.(웃음) 어떤 프로그램이든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우린 이제 4주 방송했는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이제 좀 제작진과 출연진이 호흡이 맞아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나도 내 위치를 몰랐다. 연출과 출연을 함께 하니까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이제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정해진 구성 없이 매주 바뀌던데 혼란스럽지 않나.
시즌 1은 10회로 계획돼 있다. 10회 동안은 아이템을 매주 바꾸려고 한다. 잠시 정비 시간을 가진 후 시즌 2를 할 거다. 시즌 2는 시즌 1에서 실험한 결과대로 어느 정도의 구성은 정해놓고, 그 안에서 소소하게 주제를 바꿀 거다. 매주 아이템이 바뀌니까 제작 노하우가 생기지 않고 출연자들도 어려움이 있다. 큰 구성을 정해놓아야 제작진과 출연자의 호흡이 잘 맞아가는 게 있다.
PD가 된 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나.
많이 다르다. 출연만 했을 때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신경 쓰지 않았다.(웃음) 지금은 다른 사람이 잘하고 있나 이런 게 자꾸 보인다. 출연을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편집을 계획한다. 그래야 나중에 편집을 하기 쉽다. 내가 모든 기획부터 촬영을 하니까 편집 할 때 어떤 그림을 갖다 써야하는지 명확히 안다.
예능 버라이어티가 익숙하지 않은 김주희에게 조언을 해주더라.
(김)주희가 많이 좋아졌다. 본인만의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이라 본인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벗기 힘들어 했는데 우리와 어우러지면서 제대로 적응하고 있다. 악극단 연기도 잘했다.
악극단 특집이 방송될 예정인데 관전 지점은 무엇인가.
악극단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송해 선생님도 출연하신다. ‘홍도야 우지마라’ 연기도 하실 거다.
정범균이 진행도 잘하고 재치가 있더라. 정범균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범균이는 평가 절하 돼 있다. 굉장히 잘한다. 여기서 주목받아서 다른 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정말 잘되지 않을까 싶다.
출연자들의 조합은 잘 맞는 편인건가.
어떻게 보면 출연자가 흔히 말하는 ‘세다고’ 할 수는 없다. 시청자 분들도 그런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예능에서 잘하고 웃긴 큰 스타는 없다. 하다 보면 새 인물도 나오는 거다. 예능 프로그램이 100개는 되지 않나? 모든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비슷비슷하다. (김)종민이 빼고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나오는 출연자가 아니다. 그들이 성장하는 부분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모두들 잘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고 보니 10년 넘게 예능 출연자들이 똑같은 것 같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TV 시청자들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친구 같은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십몇 년 전 일본에서 유학할 때 보던 봤던 일본 예능인들이 아직도 TV에 계속 나온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10년은 현재의 예능인들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 변화가 확 이뤄지지 않을 거다. (Oh!쎈 현장②에서 계속) / jmpyo@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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