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적 사고란 무엇일까? 어떤 방법으로 뛰어난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훌륭한 마케팅은 풀어내는 사람에 따라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거래'보다는 '관계', '유행'보다는 '기본', '현상'보다는 '본질'에 집중하라고 충고한다면 굉장히 난해한 문제일까?
'마케팅'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의외로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 책이 나왔다. 도서출판 와이비에서 마케팅 개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펴냈다. 저자인 강민호는 현직 컨설팅그룹 대표다. '(주)턴어라운드'의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로레알 그룹, GS홈쇼핑, 한미약품, 현대홈쇼핑 등에서 마케팅 전략을 강의하는 마케팅 전문가이기도 하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마케팅하고 있다. 저자가 중시하고 있는 것은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마케팅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강민호라는 마케터의 철학을 엿볼 수 있으며 그가 강조한 '철학'은 결국은 기업 마케팅에서도 핵심이 되고 있다. '거래보다 관계, 유행보다 기본, 현상보다 본질' 이라는 슬로건에서 깨우침이 왔다면 독자는 이미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지니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저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서 최근 교보문고의 변신 사례와 음악 제작자 유희열의 사례를 소개한다.
교보문고는 '책을 파는 곳'에서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곳'으로 매장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서점에서 책을 읽게 하면 책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깬 시도다. 그러나 이 같은 교보문고의 시도는 독서라는 문화적 체험이 먼저라는 장기적 전략을 바탕에 깔고 있다. 쾌적한 공간에서 책을 읽는 '행복'을 만끽한 이들은 장기적으로 교보문고의 잠재적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인 유희열은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K팝스타'는 심사위원들의 까다로운 선택에 의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데, 최종 우승자는 거꾸로 기획사를 선택할 수 있다. 심사위원은 우리나라 가요계를 주름잡고 있는 유희열, 양현석, 박진영이다. 최종 우승자를 고르는 과정까지는 참가자가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지만, 최종우승자가 기획사를 고를 때는 심사위원들이 우승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유희열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저희는 스타를 만드는 방법은 몰라요. 하지만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잘 알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 책에 소개 된 리처드 티어링크의 한 마디도 폐부를 찌른다. 티어링크는 1980년대 위기의 할리데이비슨을 되살린 경영자다. "우리는 철학을 판다. 오토바이는 슬쩍 끼워 팔 뿐."
이 몇 가지 에피소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한다.
책은 단순히 마케팅 성공사례와 화려한 스킬을 나열하지 않고 있다. 다만 마케팅의 기본과 본질은 무엇인지, 관계의 출발은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물음과 고민을 독자에게 던지다. 의외로 독자는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테크닉 보다는 철학을 앞세우다 보니 이 책도 인문학과 마케팅 사이를 교묘히 줄타기 한다. 마케팅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썼지만, 그 출발은 사람이고, 소비자는 재무제표에 쓰인 숫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다.
단순한 기술과 테크닉이 아닌, 불필요한 포장을 벗겨내 본질적인 가치를 심플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마케팅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왜?’라는 질문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가치란 무엇인가?’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가?’ ‘‘가치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질문을 거듭하고 사색하다 보면 해답은 ‘그 자신’에게서 나온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