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자레드 레토가 마블판 안티 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다. 안티 히어로는 기존의 영웅과 달리 나약하고 소외된 인물로 그려진다. 모비우스는 히어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예측 불허의 캐릭터로, 슈퍼히어로 영화와 뚜렷하게 비교되는 차별점을 갖췄다.
MCU 영화 ‘모비우스’(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사,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는 희귀 혈액병을 앓는 생화학자 모비우스(자레드 레토)가 흡혈박쥐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구원할 힘과 파괴할 본능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모비우스는 마블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과 맞선 적수 마이클 모비우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실사. 이에 마블표 최강 안티 히어로의 탄생을 담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달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자레드 레토는 24일 오전(한국 시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모비우스’의 화상 간담회에서 “무엇보다 코믹북스 속 모비우스를 스크린에 처음 옮길 수 있다는 것에 너무 좋았다”라며 “모비우스라는 캐릭터를 처음 영화화 하는 작업에 제가 합류했다는 것에 굉장히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주인공 모비우스는 히어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예측 불허 캐릭터로, 기존의 히어로 영화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기존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마술 같은 능력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시민들과 전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 그러나 모비우스는 다르다.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내면과 파괴적인 본능 사이에서 고민하며,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중적 매력을 지닌 새로운 안티 히어로로서 색다른 즐거움을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모비우스 박사 역의 자레드 레토는 “제가 지금까지 연기해 온 캐릭터들을 보면 서로 어마어마하게 다르다. 저는 항상 복잡성을 갖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서 목말라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렇게 기회가 주어져서 늘 고맙게 생각해왔다”라고 했다.
이어 “모비우스는 저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 다만 이제껏 연기한 캐릭터들과 완전히 다르다는 거다. 최근 연기한 4~5개 캐릭터와 비교해봐도 모비우스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이 캐릭터를 제가 소개할 수 있게돼 너무 신났다. 관객들이 모비우스와 만나는 첫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면서 많이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런가 하면 마틴 밴크로프트 역의 배우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 그간 ‘6 언더그라운드’ ‘트리플 프론티어’ ‘라이프 오브 더 파티’ ‘퍼시픽 림: 업라이징’ 등에 출연해왔던 바. 이날 그녀는 “감독님이 첫 만남에서 제게 ‘너무 어린 거 같다’고 하셨다. 좀 걱정을 하신 거 같다. 근데 제가 ‘감독님이 시켜주시면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후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회상했다.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이어 “마틴은 모비우스 박사의 오른팔이다. 지성 있는 과학자인데 모비우스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리고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며 “모비우스가 괴물처럼 변하지만 그 안에 원래의 모습이 있다고 믿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틴 캐릭터를 연기하는 작업이 굉장히 즐거웠다.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지성있는 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에 고무적이었다. 몸에 달라붙는 의상을 입어 성적 대상화하지 않았고, 마틴이라는 여성 자체를 표현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은 연출을 맡은 이유에 대해 “제가 마블 코믹북을 어릴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다. 언젠가는 마블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모비우스와 같이 진정한 아웃사이더, 주변부에 있는 아웃사이더를 스크린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정말 기뻤다”며 “특히 자레드처럼 재능이 있는 배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그의 헌신과 재능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영감받았고 열심히 작업했다. 모든 여정이 제게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마블영화를 내 방식대로 만들고 싶었다. 기존 제 작품은 냉철한 편인데 그 속 리얼리즘을 그대로 이번 영화에도 녹여내고 싶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제작진을 만나서 그들의 꿈, 야심을 들었을 때 저 역시 꿈만 같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모비우스를 ‘최애’로 꼽아 두려움도 생겼다. 그래도 이 작업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레드 레토와 아드리아 아르호나를 캐스팅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자레드 레토는 제가 캐스팅했다기보다 그가 이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성사된 케이스다.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현장에서 자레드 레토는 정말로 모비우스가 되어서 이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어줬고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과정 자체가 영광이었다.”
이어 “아드리아는 커피를 마시며 첫 미팅을 가졌다. 제가 마틴 캐릭터에 비해 너무 예쁘다고 하자, 아드리아가 ‘저 진짜 연기를 잘한다’고 하더라. 오디션에서 마틴으로 변신하고 들어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드리아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서 좋은 이야기가 오갔다. 두 배우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모비우스가 얻게 되는 초인적인 힘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세상을 파괴할 만한 압도적 위력을 발휘한다. 모든 것을 압도할 충동을 지니며 세상을 파괴할 본능만 남는 것이다. 하지만 모비우스는 세상을 정복하고 파괴하려는 빌런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안티 히어로의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레드 레토는 “모비우스가 선과 악 사이, 회색지대에 있다는 게 저한테는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제 생각에 이제는 관객들도 전형적인 마블 캐릭터를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새로운 히어로도 아니고, 그렇다고 빌런도 아닌, 그 중간에 서 있는 인물을 만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비우스는 제게 완벽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저는 이번에 하나의 작품에서 세 가지를 한 번에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었다. 우선 모비우스 박사가 치료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이후 강력해진 모습, 그리고 괴물로 변한 모습 등 세 가지를 연기했다. 한 작품을 통해 어마어마하게 극단적인 변신을 보여줄 기회는, 다른 연기자들도 그럴테지만, 제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저는 육체적으로 도전적인 작업을 좋아한다. 그러나 캐릭터 본연의 마음과 영혼을 유지하고 연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안티 히어로에 대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악한 면을 갖고 있지 않을까? 100% 온전히 착할 수 없다. 연기자로서 인물의 세심한 면을 드러내야 하고, 관객도 미묘한 면을 갖고 있는 인물을 만날 때라는 점에서 기쁘다”며 “이 기회를 통해 멀티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여러 가지 장르를 섞었기 때문에 저 역시 좋은 경험이 됐다”라는 생각을 털어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이 영화가 모두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게 감독님이 장르를 뛰어넘었다는 거다. 한 장르에 요구되는 사항들, 빌런이나 히어로의 틀을 완전히 탈피했다. 경계를 허물고 틀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너무 흥미로웠다”고 짚었다.
상대역 아드리아에 대해서는 “보고만 있어도 너무 아름답지 않나.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도 아름다웠다. 현장에서 파트너십이 좋았고 에너지도 좋았다. 그래서 이 작업 자체가 굉장히 술술 잘 풀렸던 거 같다”고 칭찬했다.
이에 아드리아는 “저는 첫 촬영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모비우스 캐릭터를 처음 만났다. 그동안 자레드가 숨겨놓았던 거 같다. 제 첫 촬영 대사는 길지 않았지만 너무 흥분되고 떨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동안 자레드 레토라는 사람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날 (캐릭터) 모비우스를 처음 만난 거다. 깜짝 놀란 게 자레드를 완전히 지우고 나타났다. 휘어진 등을 보면서 놀랐다”고 떠올렸다. “마틴이 모비우스 박사를 보호하려는 모습처럼 저도 자레드를 향한 보호본능이 일어났다. '저러다 다치겠다' 싶었다. 매일 매 신마다 헌신했고 저도 그의 모습에 자극 받아서 ‘반이라도 따라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레토는 카메라가 있든 없든 저를 몰입시켜줬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했다”고 화답했다.
한편 자레드 레토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예년과 달라진 영화 제작 환경에 관한 생각도 전했다. “극장 개봉용 영화를 제작하고 배우들이 작업한다는 게 이제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 됐다. 그래서 작은 스크린이 아니라, 큰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함께 엄청난 영화를 공유한다는 흥분을 감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극장 개봉용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특히나 더 그렇게 느껴지는데 (‘모비우스’를 선보인다는 게) 굉장히 다행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아드리아는 향후 방한을 약속했다. “한국이 너무 그립다. 이번에 셋이 갔다면 제가 과거에 느꼈던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감독님과 자레드에게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지금도 기억나는 게 한국음식이 정말 맛있었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의 환대도 너무 감동스러웠다. 이번에 셋이 갔었으면 그걸 다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다음에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소니 픽쳐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