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생략-월권' KFA 전력강화위, 감독 선임 규정 무시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02.28 05: 39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으로 위기를 맞은 KFA가 학습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27일 제3차 회의를 열어 3월 A매치 기간 대표팀을 지휘할 임시 사령탑으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황 감독은 3월 A매치 기간(18∼26일) 열리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4차전(21, 26일) 2연전에서 태극전사들을 조련한다.

황 감독으로서는 잠시 '투잡'을 뛰는 셈이다. 황 감독은 4월 중순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치러야 한다. 
한국은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한 조에 속해 조 2위까지 올라가는 8강 토너먼트 진출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곧바로 따내고 4위를 하면 아프리카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1차 회의 후 브리핑 때 정해성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당장 정식 감독을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분위기는 급변했다. 정식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 서울 감독 등 K리그 현직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KFA는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고 결국 백지 상태에서 열린 2차 회의에 이어 갑작스럽게 3차 회의서 감독을 선임했다. 
그런데 정해성 위원장은 규정을 무시했다. 
우선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 규정 제 12조에 따르면 '(감독, 코치 등의 선임) ① 각급 대표팀의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전력강화위원회는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권리가 없다. 그런데 정해성 위원장은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고 앞으로의 행보까지 선언했다. 
KFA의 규정에 따르면 결정은 정몽규 회장 등이 포함된 이사회에서 선임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정해성 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회는 권한이 없는 선임을 했다. 
최악의 감독으로 평가받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생겼던 문제에 대한 학습효과가 전혀 없는 상태인 것. 
규정 무시 뿐만 아니라 정해성 위원장은 절차도 무시했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경질된 후 새롭게 전력강화위 위원장에 오른 정해성 위원장은 첫 번째 회의부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제 1차 전력강화위가 진행된 후 열린 브리핑서 "국내 감독 선임으로 무게가 실렸다. 이번 감독 선임에서는 외부 압력이 없을 것이라 위원들에게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결국 K리그 감독 빼오기라는 논란이 커졌고 각계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지난 23일 울산 현대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성명문을 내고 "다수 매체가 보도한 '대한 축구 협회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감독 선임'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성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K리그는 더 이상 협회의 결정대로만 따라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며 팬들과 선수, 구단, 감독 모두가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협회는 더 이상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본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처용전사는 리그 현역 감독의 선임 논의 자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경고했다. 또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자 KFA는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임시 감독 체제로 태국과 2연전을 펼치겠다고 전했다. 
비공개 및 브리핑이 없었던 2차 강화위에서는 임시 감독 체재 및 감독 후보군 조성 등의 결론을 내렸다.
정해성 위원장의 브리핑에도 똑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정 위원장은 임시 감독으로 선회한 이유에 대해 "1차 회의 이후 특정 지도자가 언급되면서 언론과 팬들의 부정적 반응이 고조됐다"며 "이런 상황에선 대표팀 감독이 국민적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위원들의 의견이 있었다. 만약 지금 정식 감독을 뽑기로 했는데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없고 제대로 된 리더십 발휘할 수 없다면 방향 바꾸는게 맞지 않나라는 의견이 나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대표팀 감독을 뽑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군은 KFA 소속이거나 경험은 많지만 팀을 맡고 있지 않은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후보가 세 명으로 압축됐는데 1순위가 황 감독이었다. 2차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협회와 소통했고 25일 낮에 황 감독에게 임시 감독직을 제안했다. 황 감독이 생각할 시간을 달라 요청했고 26일 수락했다. 금일 3차 회의에서는 위원들에게 수락 여부를 전했다.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이 공유됐다. 다음 회의부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정식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논의를 이가자는 내용으로 회의가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국민, 축구팬의 정서를 우리가 무시해서는 안된다', 'K리그 존중해야 한다'는 (위원들)의견이 있었다"며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었음을 고백했다. 5월 정식 감독을 선임할 때 K리그 현직 감독을 발탁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8가지 기준점 안에서 국내외 막론하고 다양한 감독 후보군을 검토할 것"고 돌려 말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