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바꿀 이유 없다" 방출된 형 몫까지, 44번 달고 새출발…류현진도 김서현을 찍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1.21 07: 38

“형도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김서현(21)은 새 시즌 등번호를 44번으로 바꿨다. 입단 후 2년간 쓰던 54번을 떼고 44번을 단 것은 6살 많은 친형을 위한 마음이었다. 
김서현의 형은 소래고-인하대 출신 포수 김지현으로 독립야구단 고양 위너스를 거쳐 지난해 SSG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1경기만 뛰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형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SSG 퓨처스 경기도 체크하던 김서현도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한화 김서현. /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김서현은 형이 쓰던 등번호 44번을 달고 던졌다. 형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첫 성인 국제대회에 나가 4경기 4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연스럽게 44번이라는 숫자에 애착이 커졌고, 한화에서도 이 번호를 달기로 결심했다. 
김서현은 “54번을 안 바꾸고 쭉 가려고 했는데 44번을 달고 (프리미어12에서) 결과가 좋게 나왔다. 형이 쓴 번호였고, 기운이 좋은 것 같아 안 쓸 이유가 없었다”며 “형도 44번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앞으로도 웬만하면 44번으로 쭉 갈 것이다”고 말했다. 
프리미어12 대표팀 김서현. 2024.11.01 /cej@osen.co.kr
새 번호와 함께 2025시즌 김서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한화의 최고참 선수가 된 류현진도 올해 가장 기대되는 팀 내 선수로 김서현을 여러 번 꼽았다. 지난달 이대호가 운영하는 개인 방송에 나온 류현진은 김서현에 대해 “후반기부터 프리미어12까지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 조금 더 자신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밝혔다. 
2023년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은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큰 기대를 모았다. 첫 해에는 제구 난조로 성장통을 겪었지만 지난해 37경기(38⅓이닝) 1승2패10홀드 평균자책점 3.76 탈삼진 43개로 활약하며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에는 잦은 투구폼 변화 속에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낮추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온 뒤 멘탈을 잡고, 한 가지 폼으로 고정하며 단기간 필승조로 폭풍 성장했다. 10개의 홀드 모두 후반기에 기록한 것이었다. 
TVING 퍼펙트리그 2024에도 나온 류현진은 “서현이가 2군에 잠깐 내려가기 전까지 굉장히 힘들어했다. 생각이 정말 많이 아이더라”며 “며칠 동안 그 폼으로 좋았는데 ‘몸의 밸런스가 안 맞습니다’ 이러면서 폼을 바꿨다. ‘그러면 안 된다. 한 폼으로 꾸준히 가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김서현. 2024.09.27 / soul1014@osen.co.kr
류현진의 이런 기대와 당부의 말을 김서현도 봤다. 그는 “류현진 선배님이 기대하는 선수로 말해주셔서 좋다. 기대해주신 만큼 부응해야 한다”며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시즌 운동할 때 제대로 집중해서 하고 있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새 시즌 목표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그는 “개인 기록은 패를 줄이고, 홀드를 더 하면서 평균자책점을 3점대 밑으로 내리고 싶다. 그 정도는 돼야 작년보다 잘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필승조 투수들이 보통 60~70이닝은 던지는데 그 정도 던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입단 후 1군에서) 2년간 60이닝 정도 던졌다. 올해 60~70이닝을 던지면 그만큼 팀에도 도움이 된 것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서현은 1군에서 2023년 22⅓이닝, 지난해 38⅓이닝으로 2년간 총 60⅔이닝을 소화했다. 올해는 한 번에 60이닝 이상 던지며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최대 목표로 잡은 70이닝은 지난해 9명의 불펜투수만 도달한 고지다. 한화에선 마무리 주현상(71⅓이닝)이 유일하게 70이닝을 넘게 던졌다. 김서현이 올해 그 정도 던지면 나머지 한화 불펜투수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한화 김서현. 2024.08.01 / soul1014@osen.co.kr
한화 김서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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