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도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김서현(21)은 새 시즌 등번호를 44번으로 바꿨다. 입단 후 2년간 쓰던 54번을 떼고 44번을 단 것은 6살 많은 친형을 위한 마음이었다.
김서현의 형은 소래고-인하대 출신 포수 김지현으로 독립야구단 고양 위너스를 거쳐 지난해 SSG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1경기만 뛰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형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SSG 퓨처스 경기도 체크하던 김서현도 아쉬운 마음이 컸다.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김서현은 형이 쓰던 등번호 44번을 달고 던졌다. 형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첫 성인 국제대회에 나가 4경기 4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연스럽게 44번이라는 숫자에 애착이 커졌고, 한화에서도 이 번호를 달기로 결심했다.
김서현은 “54번을 안 바꾸고 쭉 가려고 했는데 44번을 달고 (프리미어12에서) 결과가 좋게 나왔다. 형이 쓴 번호였고, 기운이 좋은 것 같아 안 쓸 이유가 없었다”며 “형도 44번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앞으로도 웬만하면 44번으로 쭉 갈 것이다”고 말했다.

새 번호와 함께 2025시즌 김서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한화의 최고참 선수가 된 류현진도 올해 가장 기대되는 팀 내 선수로 김서현을 여러 번 꼽았다. 지난달 이대호가 운영하는 개인 방송에 나온 류현진은 김서현에 대해 “후반기부터 프리미어12까지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 조금 더 자신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밝혔다.
2023년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은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큰 기대를 모았다. 첫 해에는 제구 난조로 성장통을 겪었지만 지난해 37경기(38⅓이닝) 1승2패10홀드 평균자책점 3.76 탈삼진 43개로 활약하며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에는 잦은 투구폼 변화 속에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낮추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온 뒤 멘탈을 잡고, 한 가지 폼으로 고정하며 단기간 필승조로 폭풍 성장했다. 10개의 홀드 모두 후반기에 기록한 것이었다.
TVING 퍼펙트리그 2024에도 나온 류현진은 “서현이가 2군에 잠깐 내려가기 전까지 굉장히 힘들어했다. 생각이 정말 많이 아이더라”며 “며칠 동안 그 폼으로 좋았는데 ‘몸의 밸런스가 안 맞습니다’ 이러면서 폼을 바꿨다. ‘그러면 안 된다. 한 폼으로 꾸준히 가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이런 기대와 당부의 말을 김서현도 봤다. 그는 “류현진 선배님이 기대하는 선수로 말해주셔서 좋다. 기대해주신 만큼 부응해야 한다”며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시즌 운동할 때 제대로 집중해서 하고 있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새 시즌 목표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그는 “개인 기록은 패를 줄이고, 홀드를 더 하면서 평균자책점을 3점대 밑으로 내리고 싶다. 그 정도는 돼야 작년보다 잘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필승조 투수들이 보통 60~70이닝은 던지는데 그 정도 던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입단 후 1군에서) 2년간 60이닝 정도 던졌다. 올해 60~70이닝을 던지면 그만큼 팀에도 도움이 된 것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서현은 1군에서 2023년 22⅓이닝, 지난해 38⅓이닝으로 2년간 총 60⅔이닝을 소화했다. 올해는 한 번에 60이닝 이상 던지며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최대 목표로 잡은 70이닝은 지난해 9명의 불펜투수만 도달한 고지다. 한화에선 마무리 주현상(71⅓이닝)이 유일하게 70이닝을 넘게 던졌다. 김서현이 올해 그 정도 던지면 나머지 한화 불펜투수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