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15년 전 만난 故이순재…"동시대 함께 할 수 있어 영광" [인터뷰③]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5.11.28 07: 33

배우 김유정이 故이순재에 대한 존경심을 전했다.
김유정은 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극본 최자원 반지운, 연출 이응복 박소현) 인터뷰를 진행했다.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와 그녀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다운 얼굴 뒤에 잔혹한 본색을 숨긴 여성의 파멸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지옥을 선택한 남자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파멸 멜로다.

김유정은 극 중 살아가기 위해 가면을 쓴 백아진을 연기했다. 위태로운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밟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대한민국 최고의 톱배우로, 김유정은 대중 앞에서는 더없이 선하고 아름다운 ‘국민 여배우’ 미소를 짓다가도, 돌아서는 순간 서늘하고 경멸 어린 눈빛으로 돌변하는 나노 단위의 표정 연기로 호평 받았다.
특히 김유정은 ‘친애하는 X’를 통해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플랫폼의 성장을 견인했으며,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또한 글로벌 OTT 차트 순위 상위권에도 랭크를 시키며 해외에서도 김유정의 연기와 얼굴이 통했음을 증명했다.
김유정은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을 줄은 몰랐다. 백아진을 보면 너무 오묘한 감정이 든다. 그래서 백아진이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 부분은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긴 하다. 연출적인 부분이나 완성됐을 때 오는 것이기에 제가 한 연기에도 포함도 되겠지만 감독님의 연출이 고려되지 않았을까 싶다. 기본적으로는 시청자 분들의 백아진에 대한 감정이 혼란스러웠으면 했는데 그런 점에서는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주변 반응도 뜨거웠다. 김유정은 “(주변에서) 무섭다고들 하더라. 장난으로 저를 피하는 분들도 계셨다. 가족, 친구들이 실제로도 재미있게 잘보고 있다고 해주셔서 그런 부분에서 뿌듯했다. 원작 팬들이 ‘백아진 그 자체’라고 해주셨을 때 그 말이 제일 안심이 되고 기억에 남는다. 백아진 말고도 다른 배우, 연출에 대한 후기가 올라왔을 때 기분이 좋았다. 감독님과도 이야기했을 때 이 작품을 한 인물이 자극적으로 치닫는 것에 소비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되돌아오고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장면이 있었으면 했는데 실제로 제가 느끼기에 지금 물음표가 많은 상황이라서 많은 분들이 백아진 감정에 대해 물어보시더라. 궁금증이 자꾸 생기게 만드는 작품이라서 그 부분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백아진은 철저하게 김유정의 계산 속에서 만들어졌다. 김유정은 “감독님께서 크게 말씀해주신 건 없었다. 같이 의견을 내면서 다양하게 시도를 하려고 했다. 저도 그 과정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소소하게 작품 시작 전에 말했던 거는 반사회적인격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자주 쓰는 말이나 언어적인 표현을 자문을 구해서 리스트를 만들어주셔서 보내주신 적이 있다. 그걸 처음 봤을 때는 두 줄 읽고 ‘안되겠다’ 싶었다. 저도 백아진에게 현혹 당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그 리스트를 사전처럼 찾아봤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통해서 백아진이 다채롭게 표현되고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백아진을 놓고 봤을 때 저는 백아진을 연기하지만 응원하고 싶진 않았다. 이 아이를 응원할 수 있는가, 이 아이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라는 상반되는 질문을 계속해서 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이라는 큰 틀을 봤을 때 앞으로 우리가 같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더 서로에게 감정을 잘 공유하고 교감을 하고 살아가야 하나, 인격적으로 성장할 때 중요한 요인이 뭔지 질문하게 되더라. 그런 방향성을 가졌으면 했는데 그걸 더 크게 생각하면서 연기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아역 배우부터 차근차근 성장한 김유정. 자신의 아역 시절을 떠올리며 ‘친애하는 X’에서의 아역들도 챙겨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저희가 인격적으로 문제되는 걸 많이 했기에 자문을 많이 구했다. 그 과정에서 감독님과 상의하다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도 필요하면 요청하겠다고 해서 감독님도 당연하게 생각해주셨다. 마음이 통해서 아역들 촬영할 때 함께 해주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어렸을 때 촬영할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남은 잔상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쌓인 상처에 대한 게 있더라. 그런 것들을 현장에서 바로 상쇄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했고, 아역 뿐만 아니라 감정을 많이 쓰는 직업으로서 필요하다고 깨달은 시기가 있었기에 요청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해 온 김유정. 그는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보람차다. 팬들이나 가족들이 내게 가끔 해주는 말이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 해낼거라고 하신다. 저도 혼란스러울 때도 있고 쫓기는 감정이 들고 불안할 때도 있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힘이 되고 다시금 돌아보면서 차곡차곡 잘 해왔으니 잘 해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15년 전 ‘욕망의 불꽃’이라는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춘 故이순재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전했다. 그는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식사도 하고 인사도 드렸다. 그 자리 끝나고 다음 공연 때문에 지방으로 넘어가는 스케줄이셨는데 가시는 차 안에서도 바로 대본을 보시더라. 그런 모습들 보면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시고 가르침을 주셔서 동시대에 함께 활동하고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전했다.
김유정의 파격 변신이 담긴 ‘친애하는 X’는 이제 단 4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유정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생각해도 그 이상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라며 “다양한 감정, 상황들이 표현됐는데 아직 남아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시청자 분들이 잘 따라와주셨으면 한다.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백아진이라는 인물의 일대기인데 집중력이 끝까지 어떻게 유지가 될까라는 궁금증은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 분들이 잘 따라오시면서 재밌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
[사진]  ‘친애하는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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