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국적의 벽'을 사실상 허물고 있다. 이중국적과 귀화 선수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고, 오히려 전력 강화를 위한 선택지로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ESPN 멕시코'는 15일(한국시간) 멕시코 대표팀 내부 변화의 핵심으로 이중국적·귀화 선수 기용 확대를 꼽았다. 세 번째 대표팀 임기를 맞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국적 배경보다 경쟁력을 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격이 있고, 대표팀 수준에 맞는다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아기레 감독은 "선수 선발에서 실수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신적으로 강하고, 가능한 최고의 선수를 찾는 것이 내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멕시코 대표팀에는 이미 이중국적 선수 5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16/202512160824770429_694099d6467c6.jpg)
최근 명단만 봐도 흐름이 뚜렷하다. 11월 대표팀에는 멕시코-아르헨티나 이중국적의 헤르만 베르테라메를 비롯해 멕시코-미국 이중국적의 오베드 바르가스, 호르헤 루발카바가 이름을 올렸다. 바르가스는 "미국에서 태어난 젊은 멕시코계 선수들은 멕시코를 대표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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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사례도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으로 어린 시절 멕시코로 건너가 귀화한 산티아고 히메네스, 콜롬비아 출신으로 17세에 멕시코에 정착한 훌리안 퀴뇨네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은 최근 소집에서는 제외됐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멕시코가 특히 주목하는 다음 카드로는 알바로 피달고가 거론된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2군을 거쳐 멕시코 리그에서 활약 중인 스페인 태생 미드필더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스페인 대신 멕시코 대표로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기레 감독은 "법적으로 멕시코인이 될 자격이 있고 멕시코 축구를 하고 있다면, 문을 닫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흐름은 멕시코만의 특수한 현상도 아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이중국적 선수를 폭넓게 활용해왔고, 카리브해 국가들은 유럽에서 뛸 수 있는 '자국 대표 후보'를 추적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수리남은 최근 반년 동안 여러 선수가 협회를 바꾸며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사례로 언급됐다.
개최국 멕시코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패스D 승자와 한 조에서 경쟁한다.
멕시코는 유소년 대표팀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멕시코축구협회 유소년 대표 총괄 안드레스 리니니 주도 아래 ‘가능한 모든 후보를 찾는다’는 기조가 확산됐다. U-20 대표팀은 이중국적 선수들을 포함해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고, U-17 대표팀도 이중국적 자원을 보유한 채 대회를 치르고 있다.
국적의 경계가 옅어지는 시대, 멕시코는 그 변화를 '선수 풀 확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26년 월드컵을 홈처럼 치르는 팀에게, 선택지는 많을수록 유리하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