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평론가 김영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딸과 함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故 김영대 평론가는 지난 24일 돌연 사망했다. 비보는 성탄절인 25일 공식 소셜 계정을 통해 유족의 이름으로 전해졌으며, 장례 절차는 27일 엄수되어 서울추모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고인의 절친한 친구였던 방송인 안현모는 발인을 마친 후인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안현모는 "올해도 역시 매년 지켜오던 그의 크리스마스 전통대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 '패밀리맨'을 사랑하는 딸과 함께 마지막으로 보고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안현모는 고인을 향해 "진정한 패밀리맨이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알았던 아버지이자 남편"이라고 회상하며, "나이도 성별도 잊고 미주알고주알 터놓고 나눌 수 있었던 나의 절친"이라며 깊은 슬픔을 토로했다. 가족을 끔찍이 아꼈던 가장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직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남은 이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었다.

김영대 평론가의 사망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그가 사망 전날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했기 때문이다. 비보가 전해진 2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고인이 생전 녹음해 둔 방송분이 송출되고 있었다.
방송 속 고인은 크리스마스와 캐럴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하고 있었지만, 현실의 그는 이미 세상에 없었다. 제작진은 자막과 멘트를 통해 "갑작스러운 비보에 놀란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나 이른 작별에 동료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가수 윤종신은 "섬세하게 창작자의 디테일한 생각들에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전했고, 씨엔블루 정용화는 "음악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늘 진심으로 믿어줬던 분"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허지웅 작가는 고인과 '나중'을 기약했던 통화를 떠올리며 비통해했다. 그는 "그는 나중에 꼭 하자고 했다. 오전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나중을 약속하지 말자.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나중을 약속했다가 결국 지키지 못하는 일이 쌓여만 간다"고 적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1977년생인 고인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음악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영학의 분석력과 인류학의 깊이를 결합한 그의 평론은 K팝 비평을 단순한 감상에서 '문화 현상'의 분석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빌보드, 그래미 등 해외 시상식의 전문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