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도 대역전극을 쓰며 금메달을 추가했다. '사상 최강'으로 평가받는 일본 선수단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18번째 메달을 획득하며 역대 최고 성적과 타이를 이뤘다.
일본 피겨 스케이팅 간판 미우라 리쿠-기하라 류이치 조는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트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피겨 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합계 231.24점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미우라-기하라 조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예기치 못한 리프트 실수를 범하며 5위에 머물렀다.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독일 조와 격차는 6.90점이나 됐다. 일본 내에서도 금메달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미우라-기하라 조는 포기하지 않고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58.13점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최고 점수이자 세계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022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의 미시나-갈리아모프 조가 세웠던 종전 기록(157.45점)을 4년 만에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일본 선수 최초로 대기록을 세운 미우라와 기하라. 그 덕분에 둘은 총합 231.24점을 마크하며 6.9점 차를 뒤집고 정상에 올랐다. 심지어 4그룹도 아니라 3그룹 마지막 순서로 연기를 펼치고도 우승한 것. 현행 채점 시스템이 도입된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올림픽 사상 최대 점수 차 역전승이었다.
일본 피겨가 페어 종목에서 우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대회에서 아라카와 시즈카가 여자 싱글 금메달, 2014년 소치 대회와 2018년 평창 대회에서 남자 피겨 싱글 2연패를 달성한 하뉴 유즈루가 있었으나 페어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적은 없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미우라와 기하라는 링크 위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일본 'TBS 뉴스 디그'에 따르며 미우라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제의 실수에서 여기까지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지금까지 해온 우리의 강함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게 가장 기쁘다"라며 활짝 웃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장기인 리프트에서 무너진 기하라는 이날까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4년 전엔 내가 이끌어가는 쪽이었다. 그러데 이번엔 계속 (미우라에게) 도움을 받았다. 어제는 '이제 다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미우라 덕분에 어떻게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내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과거 기하라와 페어를 이뤄 2014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다카하시 나루미의 해설도 화제다. 일본 'FNN'은 "다카하시는 "대단해! 대단해! 대단해!", "이 연기는 우주 최고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연기 종료 후에는 눈물을 참지 못하며 '리쿠류' 콤비의 감동적인 무대를 더욱 빛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이른 아침, 일본 전역은 감동의 물결에 휩싸였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리쿠류 페어가 너무 대단해서 아침부터 눈물', '출근길에 결과 보고 오열했는데 회사 도착하니 화장이 거의 다 지워졌다', '출근 전에 울 줄은 몰랐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곳곳에서 '동반 눈물'이 이어졌다"라고 덧붙였다.

미우라-기하라 조를 지도한 브루노 마르코트 코치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난 그들의 프리에 매우 큰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마법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그들은 마음으로 스케이트를 탔고, 그 연결이 전해졌다. 정말 마법 같았다"라고 되돌아봤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믿음이 기적을 쓴 셈. 다카하시 역시 쇼트프로그램 직후 7점이면 리프트 한 번에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응원한 바 있다. 마르코트 코치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라며 "성과는 그들이 이뤄낸 것이지만, 나도 그 일부가 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은 미우라-기하라 조의 금메달 획득으로 이번 대회 총 18개의 메달(금메달 4개, 은메달 5개, 동메달 9개)을 수확했다. 단순 합계로는 전체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개수만 따지면 벌써 지난 2022 베이징 올림픽 성적을 따라잡은 일본이다. 일본은 직전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9개를 손에 넣으며 역대 최고 성적을 썼다.
아직 대회 일정이 더 남아있기에 이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만약 일본 대표팀이 금메달 하나를 추가한다면 자국에서 열렸던 1998년 나가도 대회 때 기록한 금메달 5개와도 동률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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