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제대로 준비를 한 걸까. 왜 투수 플랜은 경기마다 우왕좌왕하는 느낌일까.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1라운드 탈락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 8일까지, 한국은 2026 WBC 조별리그 C조에서 1승 2패로 4위로 처져 있다. 일본은 3승을 거두며 조 1위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호주는 2승 1패, 대만은 2승 2패, 체코는 3패다.
8강행 티켓 남은 1장(조 2위)은 9일 한국과 호주의 맞대결에서 결정된다. 경우의 수는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다. 한국이 호주를 이겨야 한국, 호주, 대만이 2승 2패로 동률이 된다.

대회 규정에 따르면, 2개 이상의 팀이 동률일 경우에는 ▲승자승 ▲팀간 최소 실점 ▲팀간 최소 자책점 ▲팀간 타율 ▲추첨 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한국이 호주에 스코어 5-0, 6-1, 7-2 세 가지 경우 중 하나로 승리해야만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8일 대만에 연장 10회 승부치기로 4-5로 패배한 후에 9일 호주전 선발투수로 손주영을 예고했다.
당초 대표팀은 2월말 오키나와 캠프에서 체코전에 소형준과 정우주를 1+1으로 내고, 50구 이내로 던져서 사흘 쉬고 9일 호주전에 다시 내보낼 준비를 했다. 사실 단기전에서 선발투수가 50구 미만으로 던진다 해도, 전력 투구 후에 3일만 쉬고 다시 등판하는 것은 무리가 된다. WBC 출전국 대부분이 1라운드(4경기)에는 선발투수 4명을 준비시켜 1경기만 맡긴다.
다소 모험적인 전략이었는데, 소형준이 체코전에 던진 후에는 계획이 수정됐다. 사이판 1차 캠프, 오키나와 2차 캠프까지 준비한 계획이 단숨에 바뀌었다. 체코전에서 소형준(3이닝 4피안타 1볼넷)의 구위가 3일 쉬고 호주전에 던지기에는 안 좋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손주영은 호주전 선발투수로 발표된 이후 취재진에게 “한일전(7일)을 앞두고 호주전 선발로 나간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원래 대만전(8일)에 등판할 예정이었다”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류지현 감독은 대만전에는 류현진, 곽빈, 데인 더닝 선발투수 3명을 올인하는 전략을 냈는데, 3명 모두 결정적인 홈런을 허용하며 실패했다.
앞서 일본전에는 고영표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사실상 버리는 경기로 준비하는 듯 했다. 고영표 본인도 “오키나와에서 오사카로 넘어오기 3일전 쯤 통보를 받았다. 잘 때마다 ‘왜 내게 일본전을 맡겼는지’ 고민했고,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일본 상대로 예상 외로 경기 중반까지 팽팽하게 이어지자 필승조를 줄줄이 내세웠다. 그러나 7회 2사 1,3루 승부처에서 김영규를 등판시켰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김영규가 체코전에서 투구 내용이 굉장히 좋았다. 1~2번 오타니와 곤도, 좌타자가 나올 때 위기가 있으면 거기서 끊어 줄 수 있는 투수가 (좌완)김영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체코 타자들과 일본 타자들의 수준은, 미안하지만 큰 차이가 난다. 체코전에 잘 던졌다고, ML 슈퍼스타 오타니 상대로 김영규를 붙일 생각은 무모해 보인다. WBC 같은 큰 국제대회에 처음 출장한 초짜 김영규는 공을 제대로 던지지도 못했다. 무안타로 타격감이 바닥인 곤도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밀어내기 볼넷, 안타(2타점)로 최악이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박영현이 계속 던지는 것이 막을 확률이 더 높지 않았을까.
지난 7일 호주전 선발 등판을 통보받은 손주영은 일본전에 1이닝(18구)을 던졌다. 그는 “호주전을 앞두고 일본전에서 감각을 점검한다는 생각으로 등판하겠다고 자청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호주전 선발로 결정됐더라면, 굳이 일본전에 등판해서 전력 투구할 이유는 없었다. 날짜에 맞춰 불펜피칭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조절했을 것이다. 갑자기 호주전 선발로 결정된 손주영이 잘 던져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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