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슈퍼모델 중 한 명으로 불리며 197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지아 카란지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40년이 흘렀다.
8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는 지아 카란지가 26세라는 어린 나이에 에이즈(AIDS) 합병증으로 충격적인 죽음을 맞이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이탈리아 혈통의 이국적인 외모와 중성적인 매력으로 런웨이를 장악했던 그의 비극적인 삶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필라델피아 출신의 지아 카란지는 17세의 나이로 뉴욕 모델계에 입성하자마자 '윌헬미나 모델즈'와 계약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보그(Vogue), 코스모폴리탄 등 유명 잡지의 커버를 장식했으며 베르사체, 크리스찬 디올, 아르마니 등 명품 브랜드의 뮤즈로 활약했다.

당시 지아는 "나는 모델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그냥 모델 그 자체가 됐다"라고 말할 정도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는 부모의 불화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한 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정상에 머물던 시간은 짧았다. 지아는 당대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던 '스튜디오 54' 등에서 파티를 즐기며 코카인과 헤로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특히 연인이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샌디 린터와의 결별, 그리고 자신을 발굴한 멘토 윌헬미나 쿠퍼의 사망은 그를 더욱 깊은 약물 중독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현장에서는 촬영 중 조는 일이 잦아졌고, 화보에는 주삿바늘 자국을 가리기 위한 보정이 필수적이었다. 결국 1983년, 화려했던 커리어는 사실상 마감됐으며 그 빈자리는 그와 닮은 외모로 '베이비 지아'라 불렸던 신인 신디 크로포드가 채우게 됐다.
지아는 재기를 위해 수차례 재활을 시도했다. 1982년 코스모폴리탄 커버를 통해 부활을 꿈꿨으나, 예전의 광채를 잃었다는 냉혹한 평가 속에 카탈로그 모델로 밀려났다. 이후 다시 약물에 의존하게 된 그는 1985년 폐렴 증세로 입원했다가 당시에는 생소했던 병인 에이즈 진단을 받았다.
결국 지아 카란지는 1986년 11월 18일, 필라델피아의 한 병원에서 어머니 곁을 지키며 숨을 거뒀다. 생전 그는 "삶과 죽음, 에너지와 평화. 오늘 멈춘다 해도 내 삶은 가치가 있었다. 내가 저지른 끔찍한 실수들조차도"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의 불꽃 같은 삶을 회고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은 1998년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HBO 영화 '지아(Gia)'로 제작되어 전 세계에 다시 한번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간 아이콘이자 비운의 스타였던 지아 카란지, 40년이 흐른 지금도 패션계는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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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코스모폴리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