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이라이트는 나오지 않았다. '해버지' 박지성(45)이 다시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누비기 위해 대기 중이다.
OGFC와 수원 삼성 레전드 팀은 19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고 있다. 이번 경기는 박지성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들이 '슛포러브'와 함께 창단한 신생 독립 팀 OGFC의 첫 경기다.
OGFC는 박지성과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난드, 라이언 긱스, 파트리스 에브라 등 현역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래포드를 누볐던 선수들이 뭉친 팀이다. 이들은 현역 시절 최고 승률 73% 돌파를 목표로 내걸었다. 화려한 선수단에 더불어 에릭 칸토나가 지휘봉을 잡고, 마이클 펠란이 코치로 합류했다.

이에 맞서는 수원 레전드는 구단 레전드이자 FA컵 우승을 이끈 서정원 감독이 팀을 지휘했고, 2011년 경기 도중 심정지로 은퇴했던 '영록바' 신영록이 코치를 맡았다. 선수단도 이운재, 곽희주, 송종국, 김두현, 고종수, 이관우, 조원희, 염기훈 등 국내 선수들은 물론이고 데니스, 산토스 등 수원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선수들까지 가세하며 화려한 스쿼드를 완성했다.

OGFC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긱스-디미타르 베르바토프-안토니오 발렌시아, 에브라-앨런 스미스-대런 깁슨, 파비우-네먀나 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 에드윈 반 데 사르가 선발로 나섰다. "또 수비를 시키면 동료들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올라가고 싶다"라고 외친 에브라가 중원에 배치됐고, 무릎 수술로 10분 정도 출전을 예고한 박지성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수원 레전드는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산토스, 데니스-이관우-김두현-염기훈, 송종국, 조원희-양상민-곽희주-신세계, 이운재가 선발 출격했다. 심정지를 이겨내고 일어선 신영록 코치가 입장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전반은 수원 레전드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양 팀 선수들은 엄청난 응원전 속에 초반부터 열심히 부딪혔다. 전방 압박을 펼치기도 했고,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푸르고 붉은 물결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전설들의 터치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선제골은 수원의 몫이었다. 전반 8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데니스가 수비 사이로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뒷공간으로 빠져나간 산토스가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려 반 데 사르를 뚫고 득점했다. OGFC도 파비우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슈팅을 날려봤지만, 좀처럼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관중석에선 쉴 새 없이 우레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지만, 최고의 데시벨이 나온 순간은 따로 있었다. 산토스의 득점 장면도 차범근 전 감독이 전광판에 등장할 때도 아니었다. 바로 벤치에 앉아있던 박지성이 카메라에 잡힌 순간이었다.
무릎에 테이프를 칭칭 감은 박지성이 전광판에 나오자 수원 팬들도 맨유 팬들도 한 마음이 되어 그 어느 때보다 큰 환호성을 질렀다. 박지성도 손을 들어 흔들며 화답했다. 이후 그는 스스로도 뛰고 싶은 듯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며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박지성은 후반전 짧게라도 피치 위를 누빌 전망이다. 이번 경기를 위해 무릎 수술까지 받은 그는 기자회견에서 "회복이 순조롭게만 이뤄지진 않았다.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확실히 불안감을 안고 있다"라면서도 "그래도 오늘 팬들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10분~15분 정도는 뛰지 않을까 싶다"라고 예고했다.
'절친' 에브라와 박지성이 정말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모습도 기대를 모은다. 박지성은 "회복 속도가 더뎌서 완전한 몸 상태로 (에브라와) 같이 경기할 수 없는 건 아쉽다. 그래도 한국에서 한 경기장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기대된다"고 밝혔다.

에브라 역시 "2012년 이후 처음 같다. 사실상 형제인 박지성과 함께 뛸 수 있어 행복하다"라며 "박지성과 패스를 한 번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정말 꿈만 같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박지성에게도 뜻깊은 장소다. 그는 2002년 5월 이곳에서 열린 프랑스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프랑스 대표팀 주장 마르셀 드사이를 제치고 왼발 슛으로 동점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박지성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축포 같은 득점이었다.
박지성도 2015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프랑스전을 커리어 최고의 경기로 꼽은 바 있다. 그는 이날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도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프랑스를 상대로 득점하고, 월드컵을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던 곳이다. 의미 있는 곳에서 다시 경기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된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후반전 45분. 이번 경기는 교체 제한도 없기에 박지성은 언제든지 투입되고, 다시 벤치로 물러날 수 있다. 박지성이 다시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밟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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