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낱말은 바퀴가 되고, 문장은 아스팔트가 된다....최주식 시인의 '퓨마와 함께 달리는 아침'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6.07.20 14: 30

 낱말은 바퀴가 되고, 문장은 도로가 된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자동차 기자이자 시인인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다는 거다. 
자동차 전문기자로 이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최주식 기자는 업계에서 유별난 사람이다. 자동차 기자이면서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202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정식 시인이다. 2024년에는 임재천 사진작가와 함께 시・사진집 '부산, 사람'을 내더니 이번에는 온전히 첫 번째 신작 시집 '퓨마와 함께 달리는 아침'을 냈다.

자동차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퓨마'가 뭔지 안다. 당연히 초원을 누비는 맹수 퓨마는 아니다. 
최주식 시인은 제목에서처럼 자동차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낱말을 일상의 언어로, 일상의 감상에 녹여냈다. 그의 시집에서 자동차 바퀴는 낱말이 되고, 차들이 질주하는 아스팔트는 문장이 된다. 그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낱말은 바퀴가 되어 구르고, 문장은 도로가 되어 내달린다. 
운전을 하면서 일상적으로 깨우친 문장은 때로는 심오한 경지에 다다르기도 한다.
"좌회전할 때는 오른쪽을 봐 우회전할 때는 왼쪽을 보고 직진할 때는 뒤를 봐" 같은 싯구다. 왼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갈 길만 보다간 오른쪽을 놓친다. 질주를 계획한 사람은 반드시 뒤를 살펴야 한다. 안 그러면 근본없는 사람이 된다.
최주식 시인에게 자동차는 사유의 중심이자 시심의 발원이다. 
자동차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자동차를 의인화 해서 부른다. 기자 최주식도 직업이 그러하니 그 정도 습관은 몸에 뱄을 게다. 그런데 시인 최주식은 한 깊이를 더 한다. 
기자 최주식에게 자동차는 관찰의 대상이지만, 시인 최주식에게 자동차는 거부할 수 없는 도시적 삶이다. 현대인을 사유(思惟)하는 매개체다. 시집 '퓨마와 함께 달리는 아침'은 호모 모벤스(Homo movens)가 남긴 시적 기록이다.
호모 모벤스는 매개체의 '속도'에 크게 자극받는다. 
자동차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운전자의 눈에 포착되는 것들과 바람처럼 스쳐 지나는 것들로 나뉜다. 사유의 중심인 자동차는 두 객체를 너무나 빨리, 너무나 쉽게 나눠 버린다. 어느새 생존으로서의 '속도'에 적응해 버린 우리들의 모습이 덩그러니 그 안에 남는다. 속도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세상은 더욱 흐릿하게 보여만 간다.
최주식 시인
정일근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시인은 정해진 좌표보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세계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의 시선은 길 끝에 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늘 ‘원산 저 너머’의 미지의 풍경을 향한다. 현실을 안내하는 기계적 언어와 인간의 상상력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그의 시적 성찰은 더욱 선명해진다"고. 
그의 시에서 헤드라이트는 “반사를 모르는 두 개의 눈”이 되고(「밤의 도로에서 3」), 갈림길은 “사람도 아닌 것이 사람을 희롱하는” 존재로 변모한다(「내비게이션 블루스」).
최주식 신작 '퓨마와 함께 달리는 아침'에는 '밤의 도로에서 1' '코발트 블루스' '소나기' 등 52편의 시가 실려 있다. /100c@osen.co.kr
밤의 도로에서 여자가 말을 건다 / 여기서부터 노인보호구역이라고 / 그러니까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 나는 그래 알았다고 중얼거리지만 / 이곳에는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아이들이 /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다
밤의 도로에서 여자가 말을 건다 / 여기 터널만 지나면 목적지 부근이라고 / 이제 길 안내를 종료할 때가 되었다고 / 나는 그러지 말고, 그러지 말고 / 술이나 한잔하자고 / 여기서 살짝 샛길로 빠지면 / 미나리전을 기막히게 하는 집이 있다고 / 거기선 오래된 비가 내리고 / 여자는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
밤의 도로는 외롭지 않다
<'밤의 도로에서 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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