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오스 커넥트가 그랜저에 탑재됐다고? 그래서 SDV가 됐다면서? 그런데 타 봤더니 별 게 없던데? 플레오스 커넥트는 그렇다 치고 글레오는 또 뭐야?”
온통 의문부호의 연속이다. 자동차 정보를 업으로 다루는 전문기자들에게도 개념 자체가 낯설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 회장 이다일)가 이 의문투성이와 정면으로 부딪혀 보기로 했다. 21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진과 함께 ‘플레오스 커넥트 세미나’를 열었다.
엔지니어와 기자가 지식을 100% 공유할 수는 없다. 다만 꽤 뚜렷한 수준의 개념 정리는 해낼 수 있었다. 차분히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현대자동차에서는 신용진 인포테인먼트플랫폼개발팀 책임, 이인직 음성인식개발팀 책임, 김도한 라이프플랫폼팀 책임, 이종호 포티투닷 팀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발표자들은 차세대 차량 디지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 생성형 AI 기반 차량 비서 '글레오 AI', 서드파티 앱 생태계 구축 전략 등을 소개하며 현대차의 SDV 개발 방향을 설명했다.
먼저 용어 정리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플랫폼이고 ‘글레오 AI’는 인터페이스다.
신용진 현대자동차 인포테인먼트플랫폼개발팀 책임은 “플레오스 커넥트가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담고 있는 플랫폼이라면 글레오 AI는 그 모든 기능에 가장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라고 정리했다. 즉, 플레오스 커넥트로 들어가기 위해 사용자가 드나드는 통로가 글레오 AI이다. 글레오 AI와 이야기를 하면 말 뜻을 알아듣고 플레오스 커넥트가 임무를 수행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SDV는 플레오스 커넥트가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차량을 제어하는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신형 그랜저를 탑승해 본 어떤 이들은 “크게 달라진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완성형’이 아니고 ‘성장형’이기 때문이다.
세미나를 주선한 김재형 현대자동차 국내커뮤니케이션팀장은 “플레오스 커넥트를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몇 가지 기능만으로 평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완성된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능이 개선되고 소비자 경험이 확장되는 SDV 생태계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왜 완성도 안 된 시스템이 양산차에 실려야 하는가?
완성도 안 된 시스템을 양산차에 장착해야 하는 이유도 ‘성장형’이기 때문이다.
신용진 현대자동차 인포테인먼트플랫폼개발팀 책임은 “기존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은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출고 전에 모든 기능을 완성해야 했고, 한 번 출고된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바꾸기는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SDV는 이 구조를 완전히 뒤집었다. 차량을 출고 시점에 완성되는 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차량이 클라우드와 상시 연결돼 있고 무선 업데이트(OTA)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변화다.
신 책임은 “차량이 서버처럼 동작해야 한다. 오늘 구매한 차량이 1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SDV의 핵심이다”고 덧붙였다. SDV 차량 구매자는 스마트폰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도가 더 높아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완성품은 언제 나오는가?
플레오스 커넥트는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차량 디지털 플랫폼이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는 정도의 표현으로는 플레오스 커넥트의 본질을 담지 못한다. SDV 시대에는 차량 안의 디스플레이, 음성 인터페이스, 앱, 클라우드 연결, OTA 업데이트, 개인화 엔진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오스 커넥트는 영원히 ‘완성’이라는 단어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조금씩, 그러나 영원히 ‘완성’에 가까이 갈 뿐이다.
신용진 책임은 “이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단 하나였다. ‘5년 뒤에도 고객이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가?’ 그것이 플레오스 커넥트 설계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플레오스 커텍트의 아키텍처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신용진 책임은 “플레오스 커넥트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Vehicle, Cloud, User, Service이다. Vehicle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서비스를 실행하며 클라우드와 상시 연결되는 디지털 노드 역할을 한다. Cloud는 OTA 업데이트를 배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백본이다. User는 차량 디스플레이, 음성 인터페이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용자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창구다. Service는 내비게이션, 콘텐츠, AI, 서드파티 앱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 플랫폼 위에서 동작하는 영역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저는 이제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니라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고객과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함께 성장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그것이 SDV 시대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차에 들이고 싶다
플레오스 커넥트 개발자들은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단절을 아쉬워했다. 자동차에만 오르면 스마트한 세상과의 연결은 끊어지는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신용진 책임은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목적지가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내비게이션으로 이어지고, 듣던 콘텐츠가 차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을 해내고 싶다. 이런 관점에서 플레오스 커넥트는 단순한 차량 내부 시스템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과 연결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다”고 말했다.
▲아반떼에도 같은 시스템이 들어간다고?
플레오스 커넥트는 곧 출시될 신형 아반떼에도 기본으로 들어간다. 그랜저에 들어간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성공한 인생’ 그랜저라고 특별 대우를 받은 게 아니었다.
신용진 책임은 “기술적 완성도를 검증하기 위해 플래그십 차종부터 적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저희가 함께 내린 결론은 달랐다. 기술의 완성은 더 많은 고객을 만날 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반떼는 현대자동차에서 가장 폭넓은 고객층이 선택하는 차종이다. SDV 경험이 특정 고객만의 것이 아니라 현대차를 선택하는 모든 고객의 기본 경험이 된다는 의미이다”고 말했다.

▲글레오 AI가 AI 에이전트?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지 않은 한, 운전자는 시선을 전방에 두고 두 손은 운전대에 올려 놓고 있어야 한다. 디스플레이에 시선을 주거나, 손으로 각종 제어 버튼을 조작하는 것은 안전의 위협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했던 행동들이다. 두 손과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차량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음성’이다.
이인직 현대자동차 음성인식개발팀 책임은 “글레오 AI는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AI 기반 차량 ‘비서’이다. 기존의 음성인식이 명령을 수행하는 시스템이었다면 글레오 AI는 고객과 대화하며 의도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AI 에이전트에 가깝다”고 전제했다.
이 책임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생성형 AI이다. 운전자의 안전, 주행 상황, 차량 상태, 동승자 여부까지 모두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AI를 자동차에 탑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최적화된 AI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맥락은 이해했는가?
운전자는 다양한 표현 방식의 말을 한다.
"에어컨 켜줘" "좀 시원하게 해줘" "오늘 너무 덥네" "창문 열까” “에어컨 켤까?" 등등. 그러나 이 모든 표현의 의도는 동일하다.
차와 운전자의 의도를 가장 안전하게 연결하는 글레오 AI는 맥락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중간에 표현을 바꿀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사투리를 쓸 수도 있다.
이인직 책임은 “글레오 AI는 누가 말하고 있는지, 어느 좌석에서 요청했는지, 현재 차량이 어떤 상태인지를 고려해 적절한 기능만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기 때문에 일부 기능은 주행 중과 정차 중을 구분해 동작한다. 자연어를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한다고 해서 곧바로 훌륭한 비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레오 AI의 진짜 가치는 축적에 있다”고 말했다. 맥락을 이해했다고 차가 무작정 모든 제어를 다 수행해버리면 안 된다는 얘기다. ‘안전’의 울타리를 벗어나도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안전’의 울타리를 벗어나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같은 준칙은 서드파티 앱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도한 현대자동차 라이프플랫폼팀 책임은 “서드파티 앱 생태계의 운영 방향을 정하면서 내린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결정 중 하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고객이 차 안에서 원하는 경험의 폭이 워낙 넓기 때문에 어느 한 회사가 모든 서비스를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면서도 “파트너사에 특별히 강조하는 게 있다. 차량 환경에 맞게 서비스를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적화는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버튼은 크고 명확해야 하며 조작 단계는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주행 중과 정차 중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구분해야 한다. 운전자의 안전을 지키면서 필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밝혔다.
SDV 구조에서는 OTA 업데이트와 AI 서비스, 앱 생태계를 통해 차량을 사용하는 기간 내내 사용자와 공급자가 연결된다. 개발자들이 서비스를 개선하면 고객의 차량도 함께 더 좋아진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서비스가 확장될수록 글레오 AI가 연결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늘어난다.
▲개방형 생태계의 지향점은?
김도한 현대자동차 라이프플랫폼팀 책임은 “개방형 생태계가 점차 성숙하고 확장되면 구독 서비스, 콘텐츠, 수입 플랫폼, 파트너십, 차량용 커머스 등 다양한 수익화 기회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제조사와 고객의 관계가 SDV를 매개로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차량 구매로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차를 사용하는 기간 내내 경험과 서비스를 통해 연결되는 관계로 바뀌는 것이다”고 정리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