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넓은 공원에서 공을 찰 수 없는 환경이 일본 축구의 미래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재일교포 출신 전 북한 대표팀 공격수 정대세(42)가 금지 표지판보다 더 큰 문제로 침묵하는 사회를 지목했다.
일본 ‘사커다이제스트’는 27일(한국시간) 정대세가 최근 일부 공원에서 확산한 ‘공놀이 금지’를 놓고 밝힌 견해를 전했다. 정대세는 “공원에서 공을 차면 안 된다. 그것이 일본 축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겨눈 대상은 행정기관만이 아니었다. 정대세는 공놀이를 금지하는 관공서의 대응이 문제라는 비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금지 조치가 내려졌을 때 이용자들이 이유를 묻거나 다른 방식을 요구하지 않는 태도가 규제를 굳힌다고 봤다.

정대세는 한 사람의 민원이 들어오면 관공서가 대응해야 하지만, 금지에 반대하는 열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 결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수의 논리”라고 표현하면서도 실제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발언의 초점은 축구 기술보다 아이들이 공을 접하는 첫 공간에 맞춰졌다. 정식 축구장이나 유료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 동네에서 자유롭게 공을 차는 시간이 줄어들면 저변도 함께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대세는 “아이들이 넓은 공원에서 공을 찰 수 없는 것은 일본 축구의 미래에 틀림없이 영향을 준다”고 단언했다.

일본의 모든 공원이 공놀이를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니다. 지역과 공원의 크기, 주변 주택과 다른 이용자의 안전에 따라 규칙이 다르다. 가와사키시는 여러 사람이 넓은 공간을 독점하는 경기나 훈련, 단단한 공과 배트 사용을 금지하면서도 아이들이 부드러운 공으로 가볍게 캐치볼하는 행위는 서로 양보한다면 허용한다.
반대로 히가시오사카시는 다른 이용자에게 위험을 줄 수 있고 인접 주택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이유로 공원 내 축구와 야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유아의 공놀이와 간단한 캐치볼까지 모두 막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같은 ‘금지’ 표지판 아래에서도 허용 범위는 제각각이다.
일본 스포츠청도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과제로 다뤘다. 지역 안에 공놀이가 가능한 장소를 늘리자는 자료를 내고, 금지로 불편을 겪는 아이들과 사고·소음·책임을 걱정하는 주민의 의견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면 허용과 전면 금지의 이분법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 공의 종류에 따라 규칙을 다시 짜자는 접근이다.
정대세의 발언이 날카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전을 무시하고 아무 곳에서나 축구를 허용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한 건의 민원이 금지로 이어질 때 공을 차고 싶은 아이와 보호자, 축구계가 대안을 요구하지 않으면 가장 간단한 행정 조치만 남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대표팀과 프로리그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유소년 육성에 막대한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선수 육성의 출발점인 일상 공간에서는 공을 차는 행위가 민원과 안전 문제에 밀리고 있다. 정대세는 이 간극을 ‘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찔렀다. 공원 규칙을 정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실제 이용자 사이의 협의가 바뀌지 않으면 금지 표지판도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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