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을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이영민, 코리아컵 16강보다 강조한 '장기 목표' [오!쎈 현장]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7.30 09: 59

부천FC1995가 무사히 코리아컵 16강에 올랐다. 같은 날 FC서울과 울산HD, 인천유나이티드가 하위 리그 팀에 패하면서 대진표도 한층 열렸다. 그러나 이영민 부천 감독의 시선은 당장의 컵대회 성과보다 더 먼 곳을 향했다. K리그1 잔류를 통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부천은 2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주 프런티어 FC와의 2026-2027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에서 3-0으로 승리했다.
후반 44분까지 0-0으로 팽팽했지만 김승빈이 역습 상황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추가시간 조성준과 박정인이 연달아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끝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부천은 불과 7분 동안 세 골을 몰아치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5월 17일 이후 73일 만에 거둔 홈 승리이기도 했다.
결과만큼 의미 있었던 것은 선수 구성이다. 부천은 직전 인천유나이티드전에 출전했던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제외했다. 외국인 선수도 한 명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틀 뒤 예정된 강원 원정과 리그 일정을 고려해 평소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이 주로 출전했다. 체력적인 부분도 고민했지만 선수들이 잘 준비된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주면 감독으로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내부 경쟁까지 생각하면 팀이 조금씩 탄탄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천은 전반 내내 후방 빌드업에서는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 감독은 하프타임에 전술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후반에는 공격 전개 속도가 올라갔고, 교체로 들어간 김승빈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 감독은 "후방에서는 빌드업이 가능했지만,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하프타임에 변화를 이야기했고, 경기를 자주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이를 해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김승빈이 물꼬를 터줬다. 김승빈이 들어가 결승골을 넣으면서 상대도 앞으로 나왔고 이후 더 많은 골이 나왔다. 조금 더 일찍 투입하고 싶었지만 강원전까지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예찬을 비롯해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 90분을 소화한 점도 수확이었다.
시즌 첫 출전에서 골을 터뜨린 조성준도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조성준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박스 바깥 왼쪽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부천의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이 감독은 "조성준은 6개월 동안 소속팀이 없었다. 이전 리그 경기에서도 투입을 생각했지만 몸을 조금 더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코리아컵 이후 리그 경기에 내보낼 생각이었다. 아직 예전 상태까지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오늘 경기를 보니 조금씩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측면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부천의 16강 진출은 같은 날 나온 다른 경기 결과와 맞물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K리그1 FC서울은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에 0-2로 패했다. 울산HD는 K3리그 울산시민축구단에 0-1로 무너졌고, 인천유나이티드도 김포FC에 0-1로 졌다.
상위권 진출 후보들이  탈락하면서 부천이 코리아컵에서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감독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처음 생각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계속 리그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미디어데이 때부터 지금까지 말했듯 더 좋은 팀이 되려면 잔류가 가장 먼저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도 오늘 승리했다. 이런 식으로 선수층이 조금씩 탄탄해지면 누구도 부천을 쉽게 볼 수 없는 팀을 만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컵대회에서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하지만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감독은 "코리아컵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리그에 집중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부천은 이번 시즌 승격팀이다. 지난해까지 K리그2에서 상위 리그 팀을 상대로 이변을 노렸지만, 올해는 K리그1 소속으로 하위 리그 팀의 도전을 받는 위치가 됐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 감독이 우선하는 것은 단발성 성과가 아니다. 잔류를 통해 K리그1에서의 기반을 만들고, 출전 선수의 변화에도 경기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선수단을 구축하는 것이다.
파주전은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다. 주축과 외국인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최근 출전이 적었던 선수들이 3-0 승리를 만들어냈다. 김승빈과 박정인이 교체로 들어가 골을 넣었고, 조성준은 시즌 첫 출전에서 득점했다.
부천은 다음 경기에서 강원을 상대한다. 이 감독은 "상대가 우리를 만날 때 수비적인 전술을 준비할 수도 있다. 강원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팀인 만큼 우리도 잘 준비해야 한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코리아컵 16강 진출은 반가운 성과다. 그러나 이영민 감독에게 더 중요한 수확은 따로 있었다. 제한된 선수 구성에서도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리그에서 활용할 새로운 카드가 늘었다는 점이다.
부천이 바라보는 종착지는 한 번의 컵대회 돌풍이 아니다. K리그1에 살아남고, 그 과정을 통해 어느 팀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단단한 팀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reccos2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