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발발한 프로야구 2차 형제의 난. 얼마 전 대전 경기에서 형에게 홈런을 맞고 좌절했던 동생은 어떻게 설욕에 성공했을까.
KT 위즈 마무리투수 박영현은 지난달 3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9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11구 투구로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팀의 5-3 승리 및 4연승을 이끈 값진 구원이었다.
박영현은 5-3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허인서를 유격수 땅볼 처리한 그는 이도윤을 만나 초구에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심우준을 2구 만에 유격수 뜬공으로 막아낸 뒤 폭투로 이어진 2사 2루 위기에서 대타로 나선 형 박정현을 우익수 뜬공 처리,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오늘 경기 또한 팀이 이기는 걸 먼저 생각했다. 현재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초반 3점홈런을 맞았지만, 그래도 후반에 역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려서 뿌듯하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화제의 순간은 형 박정현과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 1일 대전 경기에서는 동생이 형에게 무릎을 꿇었다. KT가 7-3으로 앞선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영현이 대타 박정현에게 추격의 솔로홈런을 헌납, KBO리그 형제 투타 맞대결에서 최초로 홈런이 나왔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148km 직구가 가운데 담장 너머로 향하면서 동생이 자존심을 구겼다.
이날은 달랐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대타로 나선 형을 만나 2B-1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고, 폭투를 범해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4구째 135km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이용해 외야 뜬공을 유도했다.
박영현은 “형이 나오는 걸 보고 무조건 잡아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지난 번은 지난 번이고, 오늘은 오늘이라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형이 오늘도 직구 타이밍이 좋아보였다. 2구째 직구가 파울이 됐는데 아마 잘못 던졌으면 또 홈런을 맞았을 거 같다”라며 “2B-1S에서 (한)승택이 형은 직구 사인을 냈다. 그런데 내가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했고 결과가 좋게 나왔다. 직구를 던졌으면 아마 안타를 맞았을 듯하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9회 형과의 승부를 예상은 했을까. 박영현은 “(이)도윤이 형한테 안타를 안 맞았으면 형이 안 나왔을 수도 있다. (이)원석이 형 컨디션이 오늘 좋지 않았고, (박)정현이 형이 타이밍도 좋고 이전에 내 공을 잘 쳐서 아마 (김경문 감독님이) 또 올리신 거 같다”라며 “오늘 드디어 형을 이겼다. 범타가 나오는 순간 계속 웃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결정구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는 형과 승부에서 심리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계속 심리전을 걸고 있다. 내일(1일) 가족이 와서 같이 밥을 먹는데 그 자리에서 놀릴 거다. 앞으로 형은 언제 나와도 상관없다.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라고 설욕의 쾌감을 전했다.

박영현은 이날 세이브로 KBO리그 17번째 3년 연속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2024년 정식 마무리투수 승격과 함께 25세이브-35세이브(세이브왕)-20세이브를 차례로 올렸다.
박영현은 “이런 기록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록이 나와서 너무 기분이 좋다. 앞으로 더 높은 기록을 향해 노력할 거고, 이를 계기로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달성 소감을 전했다.
박영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야구 대표 클로저 오승환을 롤모델로 삼았고, 프로 진출 후 제2의 오승환이라는 별명도 갖게 됐다. 20대 초반임에도 세이브왕, 국가대표 마무리 등 굵직한 커리어를 쌓으며 실제로 오승환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전설의 발자취를 잘 따라가고 있는 거 같냐는 질문에 박영현은 “아직 부족하다. 더 성장을 해야하고, 더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야 (오)승환 선배님의 뒤를 따를 수 있기에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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