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을 비롯한 주요 대회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려던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유럽과 아시아, 북중미 축구계가 집단 반발에 나서고 FIFA 내부에서도 비판과 사퇴가 이어지면서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물러섰다.
영국 'BBC'는 1일(한국시간) "인판티노 FIFA 회장이 광범위한 반대에 부딪힌 대회 지분 매각 계획을 폐기했다"라고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성명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가 분열을 만들어냈고, 이는 더 이상 애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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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에 따라 이번 제안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FIFA는 남녀 월드컵을 포함한 주요 대회를 관리하는 별도 상업 법인을 설립하고 외부 투자자에게 소수 지분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새 법인의 명칭은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였다. 외부 투자자는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였다.
인판티노 회장은 해당 계획을 지지하는 FIFA 211개 회원국에 최대 4,000만 달러(약 578억 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오는 9월 19일까지 계획을 수용하는 협회에는 우선 2,000만 달러(약 289억 원)를 제공하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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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JP모건이 작성한 25쪽 분량의 문서에는 FIFA 대회를 확대해 2035년부터 2039년까지 각 회원국에 약 2,400만 유로(약 400억 원)를 추가 지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겼다.
문서는 월드컵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스포츠 행사로 규정하면서도 FIFA의 상업적 가치가 충분히 수익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여자축구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FIFA는 미국 벤처캐피털 회사 '스라이브 캐피털'이 투자자 그룹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스라이브 캐피털은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한 회사다. 조슈아 쿠슈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계획과 관련해 인판티노 회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계획이 알려지자 각 대륙 축구연맹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해당 안이 통과될 경우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역시 회원국들이 제안을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BBC는 북중미 지역 협회 대부분이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거나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UEFA와 CONCACAF의 입장에 연대한다고 선언했다.
AFC는 "이번 문제는 하나의 제안을 넘어선다. FIFA의 협의와 의사결정 과정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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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계획 철회를 환영했다. 그는 "세계 축구의 미래는 적절한 협의와 집단적 대화, 기존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존중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획이 표결에 부쳐졌더라도 통과 가능성은 낮았다. 인판티노 회장이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211개 회원국 중 과반인 106개국의 찬성이 필요했다.
UEFA는 55표, CONCACAF는 35표, AFC는 46표를 보유하고 있다. 각 연맹 소속 회원국이 모두 연맹의 입장을 따랐다면 반대표는 136표에 달한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과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은 8월 중 해당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FIFA에 제안의 범위와 구조, 운영 방식, 예상 효과에 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FIFA는 반대 여론이 확산된 뒤에도 한동안 계획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FIFA는 "누구도 축구를 팔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내부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 케빈 라무르 FIFA 최고운영책임자는 FIFA 행정부조차 이번 프로젝트에 관해 속았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계획을 "한 사람의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이어 "회장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단결시키며 영감을 줘야 한다. 이번 일은 정반대였다"라고 비판했다.
라무르는 "이 발언으로 직장을 잃는다면 받아들이겠다. 적어도 오늘 밤은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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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판티노 회장의 글로벌 전략 및 거버넌스 수석고문이었던 카를로스 코르데이로도 사임했다. 코르데이로는 이번 제안을 "축구에 나쁜 거래"라고 표현하며 "축구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FIFA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명백히 반대했고, 해당 계획 수립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FIFA 부회장 8명 가운데 일부에게도 계획을 알리지 않았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 4600억 원)를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번 사태는 내년 3월 FIFA 회장 선거를 앞둔 인판티노 회장에게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네 번째 임기에 도전할 예정이다. FIFA 차기 회장은 내년 3월 모로코에서 열리는 제77차 총회에서 결정된다. 후보 등록 마감일은 오는 11월 18일이다.
이번 사태 이전까지 인판티노 회장은 사실상 단독 출마와 무난한 연임이 예상됐다. 유럽 일부 국가를 포함한 여러 회원국도 이미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계획 철회로 당장의 표결 충돌은 피했다. 각 대륙 연맹과 FIFA 내부 인사들의 공개 반발까지 이어진 만큼 기존 지지세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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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판티노 회장은 "우리의 목적은 언제나 축구계를 하나로 모으고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앞으로 며칠과 몇 주 동안 축구의 공동 이익을 위해 모든 관계자를 다시 한자리에 모으겠다"고 밝혔다.
BBC는 인판티노 회장이 반대표가 우세하다는 점을 파악한 뒤 추가적인 정치적 손실을 막기 위해 계획을 접은 것으로 분석했다.
매체는 이번 결정을 굴욕적인 후퇴로 평가했다. 즉각적인 위기는 지나갔지만 인판티노 회장에게는 무너진 신뢰와 관계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