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발언과 위증 논란에 휩싸인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결국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K리그에서는 구단 관계자가 판정 설명을 요구하다 레드카드를 받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심판계를 향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서를 제출했다. 정관상 임원의 경우 사임서 제출과 함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앞으로 심판 위원회는 새 집행부 출범시까지 부위원장 대행 체재로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질의 과정에서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이 답변 자세를 지적하자 문 위원장은 “의원님은 말하면서 나는 말하면 안 되나. 목소리를 같이 낮추시라”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이 항의하자 “거기는 끼지 마시고”라고 말해 태도 논란까지 불거졌다.
위증 의혹도 제기됐다. 문 위원장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당시 공식 선거운동원 자격 없이 정몽규 전 회장의 선거 활동을 도왔다는 지적에 “나는 집에서 놀던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심판 승급과 경기 배정 편의 등을 대가로 지지를 호소했다는 제보와 녹취록이 공개되자 “잘 모르겠다. 답변이 잘못됐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축구계 관계자는 “일부 시도축구협회장과 대한축구협회 대의원 사이에서 문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공식적인 사퇴 사유는 일신상의 이유지만 청문회 논란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K리그에서는 심판 판정과 소통 방식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
수원 삼성은 지난 1일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6 20라운드 충북청주FC와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준 수원은 헤이스의 멀티골로 2-2를 만든 뒤 경기 종료 직전 두비츠카스의 헤더로 역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주심은 득점 과정에서 파울이 있었다고 판단해 골을 취소하고 곧바로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수원 선수들은 심판진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이정효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이 선수들을 말리며 충돌을 막았다.
논란은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선수단을 진정시키던 구단 관계자가 심판에게 득점 취소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지만 레드카드를 받았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주심은 “파울이라 골을 취소했다”고 답한 뒤 신분을 확인하고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냈다.
관계자는 “선수들과 심판 모두 흥분한 상황이어서 충돌을 막기 위해 선수들을 떼어놓았다”며 “선수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어 설명을 부탁했을 뿐인데 신분을 밝히자마자 퇴장 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수원은 해당 판정과 경기 운영 전반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공식 질의할 예정이다.
팬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수원 팬들은 경기 종료 후 출입구 앞에 모여 “심판 나와”를 외쳤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 30여 명이 배치됐다. 심판진이 다른 통로를 통해 경기장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팬들은 해산했다.
문 위원장은 앞서 국회 청문회에서 한국 심판들이 월드컵 무대에 나서지 못한 배경 중 하나로 팬들의 과도한 비난 문화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팬들의 비판을 문제 삼기에 앞서 판정의 일관성과 경기 후 설명, 심판 운영의 투명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는 반론도 거세다. 심판위원장이 청문회 논란 끝에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또다시 판정과 소통 문제가 불거졌다.
충분한 설명 없이 논란이 반복된다면 심판을 향한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문 위원장의 사퇴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심판 운영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 유튜브 캡처/ 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