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심판 성접대 의혹과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작 축구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과문 곳곳에서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해명에 집중하는 모습이 읽혔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사안을 두고 일본축구협회는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하며 대응에 나섰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두 협회의 온도 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협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본연의 기능을 잃고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어진 표현이 논란을 키웠다. 협회는 "국회 청문회에 이어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까지 심려를 끼쳤다"고 밝혔다.
'다수의 내부 구성원도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이라는 표현은 오래전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 팬들이 기대했던 것은 사건의 시기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정과 책임,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이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외국인 심판 성접대 의혹은 단순한 의혹 수준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실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제경기를 위해 방한한 외국인 심판과 경기감독관 등 20여 명에게 모두 7차례 성접대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계자 진술과 법인카드 사용 내역, 영수증, 협회 소명자료 등을 종합한 끝에 문체부는 실제 성접대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현재는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뒤집어 보면 과거에는 그런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한국 축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된 외국인 심판 가운데는 일본인 심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2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한국과 쿠웨이트전에서 심판을 맡았던 일본인 심판진 일부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본축구협회는 곧바로 움직였다. 일본축구협회는 9일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징계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국 심판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사실 확인 절차부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사과문에서도 "현재는 그런 일이 없다", "오래전 일"이라는 설명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사건의 본질보다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강인은 최근 "요즘 한국 축구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선수들은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너무 안 좋게만 봐주시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가 경기력으로만 평가받아야 할 시기에 협회가 만든 논란으로 한국 축구 전체를 걱정하고 팬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존재 이유는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울타리가 외풍을 막아주기는커녕, 선수들이 직접 흔들리는 울타리를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과 축구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 있는 후속 조치, 그리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변화다.
일본은 사실관계 확인부터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제는 "오래전 일"이라는 변명보다,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 한다. 그것이 한국 축구의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이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