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예측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정규 시즌 내내 극심한 경기력 기복으로 불안감을 안겼던 피어엑스가 치열했던 플레이-인 혈전 끝에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움켜쥐었다. 전문가들의 열세 평가를 뒤집고 반전의 드라마를 써 내려간 피어엑스의 저력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29일 브리온전 이후 피어엑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한 ‘래더’ 신형섭 코치를 만나 인터뷰를 통해 피어엑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의 원동력 대한 비밀을 들여다보였다.
벼랑 끝 무대에서 피어엑스가 보여준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실전을 거치며 급격히 올라온 팀의 몰입도와 경기력이었다. 정규 시즌 동안 피어엑스는 라인전 단계부터 흔들리며 들쑥날쑥한 행보를 이어갔고,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신형섭 코치는 "정규 시즌 때 솔직히 폼이 일정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도 많이 했고 걱정도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플레이-인이라는 단판·다전제 실전을 연달아 치르며 팀의 호흡이 빠르게 맞아떨어졌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경기력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피어엑스 특유의 도박적이면서도 주도적인 밴픽 역시 승리의 핵심 열쇠였다. 초반 라인전에서 다소 손해를 보거나 예기치 못한 실수가 나오더라도, 판 전체를 흔드는 과감한 선택으로 흐름을 뒤바꿨다. 신 코치는 밴픽을 단순한 가위바위보에 비유하기보다, 선수의 역량과 숙련도에 따라 상성이 뒤집히는 '실전형 승부'로 정의했다. 라인 상성과 밸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선수들과 사전에 확실한 티어 정리를 마쳤기에, 상대의 변수 창출에도 당황하지 않고 주도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5세트 풀세트 접전 속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준 것은 신형섭 코치가 지나온 묵직한 다전제(BO5) 커리어였다. 신 코치는 2021~2022시즌 LPL LNG 감독·코치 시절, '타잔' 이승용과 함께 팀을 창단 9년 만에 첫 롤드컵(월즈)으로 이끄는 기적을 일궈낸 바 있다. 당시 플레이-인 4전 전승과 그룹 스테이지 사상 첫 4자 동률 타이브레이커라는 극한의 다전제 승부를 몸소 겪어낸 인물이다.
이러한 풍부한 위기관리 경험은 경기 흐름이 꼬이거나 선수들의 멘탈이 흔들리는 순간마다 진가를 발휘했다. 예측하지 못한 실수가 나와 패닉에 빠질 수 있는 순간마다 선수들을 다독이며 노련하게 판을 수습해 나간 신형섭 코치의 여유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빛을 발했다.
기복 심한 '도깨비'라는 불안한 시선을 뒤로하고 다전제의 강자로 거듭난 피어엑스. 확실한 색깔과 묵직한 지도력을 증명해 낸 신형섭 코치와 피어엑스가 이어지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또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