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무, 연극 ‘타인의 삶’ 성료…눈빛·호흡·움직임으로 쌓아 올린 110분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26.09.14 15: 39

배우 윤나무가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비즐러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연극 ‘타인의 삶’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윤나무는 지난 13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연극 ‘타인의 삶’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약속된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24년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게르트 비즐러 역을 맡은 그는 냉철한 비밀경찰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표현하며 작품의 중심을 단단하게 이끌었다.
‘타인의 삶’은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동명 영화를 손상규 연출이 각색해 무대화한 작품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를 앞둔 동독을 배경으로 국가보안부 비밀경찰 비즐러가 극작가 드라이만과 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감시와 통제, 예술과 자유, 인간의 양심과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극 중 윤나무가 연기한 게르트 비즐러는 사회주의 체제와 국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닌 비밀경찰. 임무 앞에서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냉정하게 움직이던 그는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일상을 감청하면서 사랑과 우정, 예술가들이 겪는 좌절과 고통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굳게 믿어왔던 세계에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윤나무는 비즐러의 변화를 극적인 감정 폭발보다는 미세한 흔들림의 축적으로 표현하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했다. 극 초반에는 절도 있는 움직임과 단단한 말투,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체제에 완전히 동화된 인물을 그려냈다면, 타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달라지는 눈빛과 호흡, 미묘한 표정 변화를 통해 인물 내면의 균열을 드러냈다.
특히 확신으로 가득했던 비즐러가 의심을 품고 결국 자신의 양심에 따라 선택하기까지의 감정선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며 인물의 변화에 힘을 실었다. 억눌린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마지막 순간 터져 나오는 장면에서는 윤나무의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열연이 빛을 발하며 극의 정점을 완성했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독특한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타인의 삶’에서 윤나무는 감청실에 머무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감시하는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곁을 그림자처럼 맴돌며 긴장감을 형성했다. 상대에게는 보이지 않는 감시자이자 모든 것을 지켜보는 관찰자로 무대에 존재한 그는 최소한의 움직임과 시선만으로 장면의 공기를 바꾸며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타인을 감시하던 비즐러의 시선이 ‘감시’에서 ‘이해’로 변화하는 과정은 윤나무의 절제된 연기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전달됐다. 말보다 표정과 호흡, 시선에 담긴 작은 변화들이 인물의 거대한 내면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공연을 마친 윤나무는 “비즐러는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말하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그 안에서 발견한 그날의 여러 순간들이 이번 시즌을 만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체와 정신이 흐트러짐 없이 극 속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무대에 내던졌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비즐러에게는 이제 달리 보이는 새로운 삶 속에서 인간다움을 몸소 보여주며 살아가길 기도한다고 말하고 싶다. 관객 여러분께도 저희 공연이 삶 속에서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책의 한 페이지가 되길 바란다. 덕분에 감사했다”고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까지 ‘타인의 삶’과 함께한 윤나무는 자신만의 비즐러를 더욱 깊어진 밀도로 완성했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온 더 비트’,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라이카’ 등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절제된 표현만으로 한 인간의 거대한 변화를 그려내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타인의 삶’을 성공적으로 마친 윤나무는 쉼 없이 다음 작품으로 향한다. 오는 10월 25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티오엠(TOM) 2관에서 공연되는 연극 ‘전락’(The Fall)에서 클라망스 역을 맡아 또 다른 얼굴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kangsj@osen.co.kr
[사진]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