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곁에 있어주지 못했어” 266승 벌렌더 끝내 눈물…딸과 함께 내려온 마지막 마운드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6.09.27 11: 41

21년 동안 누구보다 치열하게 마운드를 지켰던 저스틴 벌렌더의 마지막은 가족과 함께였다. 딸을 품에 안은 전설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야구에 모든 것을 바쳤던 그는 이제 가족에게 돌아간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식을 다루는 미국 매체 ‘모터 시티 벵갈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현역 마지막 등판에 나선 벌렌더의 모습을 조명했다. 매체는 “벌렌더는 야구에 모든 것을 바쳤다. 이제 그가 그저 아빠로 살아갈 차례”라며 그의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벌렌더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21년 현역 생활의 마지막 공을 던졌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장 특별한 장면은 6회에 나왔다. 벌렌더가 첫 타자를 포수 뜬공으로 처리하자 A.J. 힌치 감독이 더그아웃을 나섰다. 투수 교체를 위한 걸음이었지만 힌치 감독은 곧장 마운드로 향하지 않았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먼저 관중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벌렌더의 아내 케이트 업튼과 가족들이 마지막 등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힌치 감독이 벌렌더의 7살 딸 제너비브에게 신호를 보냈고, 그라운드로 나온 딸은 아버지가 서 있는 마운드를 향해 힘껏 달렸다.
딸을 품에 안은 순간 벌렌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마운드 위에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벌렌더는 걱정하는 딸에게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말했다.
잠시 뒤 업튼을 비롯한 가족들도 마운드로 향했다. 벌렌더는 가족과 함께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며 디트로이트 팬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모터 시티 벵갈스’는 이 장면을 벌렌더와 가족이 함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그렇게 메이저리그를 대표했던 투수의 21년 현역 생활이 막을 내렸다.
벌렌더가 걸어온 길은 화려했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통산 557경기에 등판해 266승 159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통산 세 차례 사이영상을 품에 안으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마지막 등판을 마친 벌렌더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화려한 기록과 수상이 아니었다. 그동안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이었다.
벌렌더는 “5살 때부터 야구 선수였다. 야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며 “딸은 학교에 다니는데 나는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족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무언가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헌신이 필요하다. 딸이 자신이 내게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가족은 내게 전부”라며 “이제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만회할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밝혔다.
마지막 등판에서도 벌렌더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았다.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점을 허용했고 최고 구속은 시속 95마일(약 153km)까지 나왔다. 마지막 마운드를 앞두고 치른 시뮬레이션 게임 때보다 시속 3마일이 더 빨랐다.
벌렌더는 “나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감독이 내 손에서 공을 가져갈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았다”며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때 한 가지를 기억해준다면 매번 마운드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했다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오늘 밤 잠자리에 들 때 내가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했다고 느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디트로이트는 전설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신인 에두아르도 발렌시아가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4-3 승리를 이끌었다. 벌렌더에게 승리가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은 그의 마지막 날을 기분 좋은 승리로 마무리했다.
벌렌더에게 이날은 경기 시작 전부터 특별했다. 몸을 풀기 위해 외야로 걸어 나갈 때부터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1회 마운드로 향할 때 동료들은 그가 그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줬다.
벌렌더는 “그라운드에 발을 내딛자마자 감정이 올라왔다. 첫 투구를 위해 걸어 나갈 때도 그랬다”며 “여전히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감정에 너무 빠질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느꼈다. 눈물이 조금 났다”고 돌아봤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며 후회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많다. 이곳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21년을 뛰다 보면 모든 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래도 자신의 21년에는 만족했다. 그는 “내 커리어가 흘러온 방식에 만족한다. 나는 내 레이스를 달렸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살 때부터 야구 선수였던 벌렌더는 이제 더 이상 다음 등판을 준비하지 않는다. 마지막 마운드에서 그를 기다린 건 새로운 팀도, 또 다른 시즌도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온 어린 딸과 오랜 시간 곁을 지킨 가족이었다.
266승과 세 차례 사이영상. 화려했던 숫자보다 벌렌더의 마지막을 채운 건 가족이었다. 21년 동안 야구에 모든 것을 바친 ‘투수 저스틴 벌렌더’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채워갈 ‘아빠 저스틴 벌렌더’의 시간이 시작된다. /wha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