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유도 간판 허미미(24, 경북체육회)가 할머니와 한 약속을 지켰다. 그가 생애 첫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면서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할머니께 금메달을 바쳤다.
허미미는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테르비시 아리운자야(몽골)를 상대로 유효승을 따내며 우승했다.
이로써 아시아 제패에 성공한 허미미는 이번 대회 한국 유도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책임졌다. 전날엔 장세윤이 여자 52㎏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게 유일한 수확이었다. 허미미는 우승이 확정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기뻐했다.

허미미는 대회 내내 거침없이 상대를 무너뜨렸다. 그는 16강에서 조마리 하트 라파엘(필리핀)을 28초 만에 한판으로 꺾었다. 8강에서도 타오위잉(중국)을 누르기로 제압했고, 준결승에서도 슈쿠르존 아미노바(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지도승을 거뒀다.

4강에서 김현아(북한)를 꺾고 올라온 이리운자야도 허미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허미미는 시작하자마자 전광석화 같은 공격으로 유효를 따내며 앞서 나갔다. 이후 한 차례 지도를 받기도 했으나 상대에게 반격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허미미에게는 더욱더 의미가 깊은 메달이다. 그는 2002년 일본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다. 일본에서 성장하고 선수 생활을 한 만큼 일본어가 더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허미미는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후 일제강점기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허미미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한 뒤 애국가를 외웠는데 따라 부르지 못해 아쉽다며 "다음엔 금메달을 따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할머니 묘비에 금메달을 올려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허미미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땀방울을 쏟았다. 그는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등 슬럼프도 있었지만, "꼭 금메달을 따서 할머니 묘비에 가져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허미미는 값진 금메달을 획득하며 2년 전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쉽게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허미미는 "사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아시안게임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딸 수 있어 기쁘다. 파리 올림픽 끝나고 수술도 했고, 몇 번 금메달을 따기도 했으나 큰 대회에서 높이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고민도 했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따게 됐다. 눈물이 날 뻔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많이 떨렸다.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친구들에게도 '할 수 있을까'라고 연락을 많이 했다. 불안했는데 응원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할머니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칠 수 있게 된 허미미. 그는 "(할머니의 묘비에) 금메달을 가져가겠다. 시합에 집중을 많이 했다"라고 말한 뒤 "(파리) 올림픽에 나가서 은메달을 땄다. 사실 엄청 기뻤지만, 막상 시상대에 올라가니 너무 아쉽고 힘들었다. 이번엔 금메달로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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