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에 했습니다."
김민재(30, 바이에른 뮌헨)의 마지막 답변은 짧았다. 함께 경합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경기 후 라커룸에서도 선수들에게 전했느냐는 질문이었다. 이미 경기 전에 전달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몰랐던 주문이 아니었다. 알고도 경기장에서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베네수엘라와 친선경기를 치러 0-0으로 비겼다. 지난달 24일 에콰도르전 3-0 승리로 출발했지만, 28일 우루과이전 1-4 패배에 이어 이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사진] 스포티비 유튜브](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03/202610030240770015_6abff858d4399.jpeg)
경기 후 김민재는 대표팀의 경기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사 인터뷰에서 "포백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라 다 같이 싸워줘야 한다. 안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없었다. 이런 경기면 7-0 승리든, 9-0 승리든 기쁘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더 많이 뛰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취재진과 만난 김민재는 자신이 말한 '싸움'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많이 뛰어줘야 한다는 게 단순한 킬로미터 수 이야기가 아니다. 경합을 같이 해야 하고, 90분 내내 싸워야 하고, 경합에서 이겨야 한다. 졌을 때는 주변에서 세컨드 볼도 잡아야 한다. 그러면서 팀의 퀄리티가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동료가 상대와 부딪칠 때 주변에서 다음 공을 준비하고, 첫 경합에서 졌다면 함께 공을 되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선수가 싸우는 동안 나머지가 상황을 지켜본다면 팀의 경쟁력은 올라갈 수 없다.
베네수엘라전 기록은 그 지적을 무겁게 만든다. 한국의 볼 경합 성공은 44회, 베네수엘라는 65회였다. 지상볼 경합 성공률은 한국이 46%, 베네수엘라가 54%였다. 공중볼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한국은 26차례 중 6차례만 이겼다. 성공률 23%였다.
특히 전반 공중볼 경합은 12차례 중 단 한 차례만 이겼다. 지상볼 경합 성공률도 38%에 머물렀다. 경기 전 함께 싸우자는 주문을 공유하고도, 시작부터 상대와의 경합에서 크게 밀린 것이다.
경합 수치만으로 선수들의 의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위치와 역할, 상대의 특성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경기 안에서 직접 상대와 부딪친 김민재가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없었다"라고 평가했다면, 선수들은 그 말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후반에는 지상볼 경합 성공률이 52%로 올라갔다. 하지만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한국은 슈팅에서 7-12로 밀렸고, 상대 박스 안 터치는 7-21이었다. 걷어내기는 32회로 베네수엘라의 13회보다 훨씬 많았다.
무실점도 편안하게 지킨 결과는 아니었다. 송범근은 후반 14분 라미레스의 헤더와 19분 일대일 슈팅을 막았다. 후반 27분에는 상대 슈팅이 골대를 때렸고, 이어진 킨테로의 슈팅까지 쳐냈다. 골키퍼의 선방으로 넘긴 위기를 팀 전체가 돌아봐야 한다.

김민재는 이번 한 경기만을 문제 삼지도 않았다. "지금 몇 년 동안 그런 문제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감독이 바뀌고 선수 구성이 달라져도 함께 싸우는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감독의 전술과 선수 배치, 교체 판단도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그것으로 선수들의 책임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김민재는 중원 숫자 싸움에 관한 질문에도 "제가 생각했을 때는 전술적인 문제가 아니고, 다 같이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적어도 그가 요구한 것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직접 실행해야 할 몫이었다.
자신도 예외로 두지 않았다. 김민재는 "다른 선수들이 보기에는 저도 안 싸워 보일 수 있고, 뭔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정 동료를 지목해 책임을 떠넘긴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선수단 전체에 기준을 요구했다.

모레노 감독 역시 경기 전 열한 명 모두 공격하고 수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이 말했고, 김민재도 말했다. 그런데 경기 후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해야 했다. 대표팀이 받아들여야 할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경기 전에 했습니다."
이미 들었다면 다음에는 경기장에서 답해야 한다. 함께 싸우자는 말을 또 반복하게 만드는 대표팀으로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