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선택이 바뀌었다면...
KIA 타이거즈 김도영(23)이 2026 KBO리그 가을을 지배하고 있다. 홈런왕과 장타율왕에 오르며 팀을 2년만에 가을무대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고비마다 승기를 가져오는 클러치 능력으로 팬들의 도파민을 무한 분출시키고 있다. KIA는 5년 전 1차 지명을 다시 한번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상대의 견제가 작동한데다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부담감까지 작용해 주춤했다. 그러나 일본과의 결승전은 달랐다. 1-1로 팽팽한 8회초 2사1,3루에서 결정적인 3루 강습안타를 터트려 결승타를 기록했다. 결정적이고 중요한 순간에 기어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금메달을 땄다.

금의환향을 해보니 KIA는 3위 LG에게 2경기차 뒤진 4위였다. 아시안게임 직전보다 반게임차가 더 늘어났다. KT와 광주 3연전을 모두 패했는데, LG도 연패에 빠져 경기 차가 그대로였다. 10월3일부터 5일까지 LG와 잠실 3연전 맞대결을 펼쳤다. 1~2차전은 2번타자로 나섰지만 안타없이 1득점씩만 올렸다.

팀은 2연승을 거두고 승차없이 3위 역전에 성공했다. 3번타자로 복귀한 3차전에서 결정적 홈런을 날렸다. 3-4로 뒤진 9회초 2사1,3루에서 LG 마무리 고우석의 155km짜리 몸쪽 직구를 걷어올려 좌월 홈런를 기록했다. 단숨에 6-4로 경기를 뒤집었고 9회 성영탁이 깔끔하게 마무리에 성공했다. LG를 1경기 차로 밀어내고 3위를 지켰다.
10일 SSG와 광주경기에서는 3회초 2-2 동점을 허용하자 3회말 최민준을 상대로 좌월 투런 결승홈런을 때려 승리를 이끌었다. 11일 롯데전에 패해 반게임차 앞선 상태에서 12일 LG와 시즌 최종전이자 3위 결정전을 가졌다. 2-2로 팽팽한 8회말 박재현이 번트안타로 출루하자 케네디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130m짜리 45호 중월투런을 날렸다.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직행시켰고 자신은 홈런왕에 올랐다. 정규리그 MVP도 유력해졌다.
준플레이오프에 들어가자 자연재해급 타격을 펼쳤다. 두산을 꺾고 다시 LG를 만났다. 1차전 4회말 2-1로 리드를 잡는 좌월솔로홈런을 날렸다. 6회 추가점을 뽑는 우익수 희생플라이에 이어 8회말 장현식을 상대로 중월투런를 터트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차전은 안타가 없었으나 볼넷과 사구, 무사 2루에서 주자를 3루로 진출시키는 외야 플라이로 득점에 관여해 2연승에 힘을 보탰다.


3차전이 대단했다. 팬들에게 드레스코드를 맞춰달라는 요청을 해 잠실벌을 빨갛게 물들였다. 2회초 3-0으로 앞선 1사 만루에서 잠실구장 센터 최상단에 꽂아넣는 145m짜리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엄청난 비거리의 홈런을 보는 이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팬들도 탄성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3연승 플레이오프행을 이끌고 MVP에 올랐다.
2024시즌 38홈런-40도루로 MVP에 오르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도니살(도영아 니 땜시 산다)'이라는 독특한 신조어를 만들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KBO리그 흥행의 아이콘이었고 구단의 마케팅 수입도 폭증시켰다. 작년 부상으로 30경기에 출전에 그치자 팀도 8위에 그쳤다. 올해 풀타임으로 뛰자 팀은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김도영 신드롬이 재현되고 있다.
KIA는 2024시즌 때처럼 다시 한 번 김도영의 1차 지명에 안도하고 있다. 2021년 당시 진흥고 광속구 투수 문동주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내부의 치열한 논의 끝에 김도영으로 최종 결정했다. 매일 출전하는 야수가 낫다는 이유였다. 만일 김도영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지금 같은 활약을 펼쳤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KIA는 상상하기 힘든 재해급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의 선택에 매일매일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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