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될까.
KIA는 작년 시즌을 마치고 전력 누출이 컸다. 9년동안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한 최형우가 세 번째 FA 자격을 얻어 친정 삼성으로 이적했다. 아울러 부동의 유격수이자 리드오프로 뛰었던 박찬호도 FA 자격이 생기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공수주에서 모두 출혈이 컸기에 KIA는 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

동시에 최형우의 빈자리에서 누군가는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도 생겼다. 지명타자 자리를 이용해 여러 선수를 번갈아 활용이 가능했다. 외야수 나성범과 내야수 김선빈, 김도영까지 지명타자로 기용하면서 부상 방지와 체력을 비축하면, 풀타임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왔다.
그럼에도 이범호 감독의 고민은 하체 부상으로 외야수로 민첩성이 떨어진 나성범을 지명타자로 기용할 경우, 쓸만한 외야수가 부족한 것이었다. 3월28일 SSG와 개막전 선발라인업의 외야수는 카스트로(좌익수) 김호령(중견수) 오선우(우익수)였다. 김호령을 제외하고는 갑자기 조합한 느낌이었다.

카스트로는 외야보다는 1루수가 적합했다. 오선우는 마무리 캠프부터 1루수 훈련을 죽도록 했지만 외야가 가능했기에 포지션 구도상 우익수로 나섰다. 오선우 대신 1루수는 윤도현이었다. 이 외야조합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선우이 타격부진에 빠지며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팀은 필승조의 부진까지 겹쳐 개막 이후 7경기에서 2승5패, 팀타율도 2할2푼9리로 추락했다. 4월4일 광주 NC전까지 4연패에 빠졌다. 뭐라도 해야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때 이범호 감독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2년 차 백업외야수 박재현을 좌익수 겸 리드오프로 전격 발탁했다.
박재현은 작년 마무리캠프에서 체력과 수비는 물론 타격까지 맹훈련을 했다. 2월 스프링캠프까지 김주찬 타격코치가 1대1로 붙어 타격 지도를 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갖춰 적년 8푼1리의 타격을 끌어올린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안타를 때리며 부응하더니 펄펄 날았다. 시즌 132경기 556타석 타율 2할9푼3리 19홈런 21도루 69타점 8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02 득점권 타율 3할2리의 눈부신 성적표를 내놓았다.

특유의 활발한 성격으로 더그아웃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장난끼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워크에식도 끝내주었다. 12일 LG와 시즌 최종전이자 3위 결정전 마지막 타석에서 '20홈런-20도루'를 포기하고 기습번트를 성공시켰다. 김도영의 결정적인 투런홈런을 이끌어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도 14타수 3안타(.214) 2도루 1타점 4득점을 올리며 최선을 다했다.
이범호 감독은 플레이오프 대비훈련을 이끌며 "형우 자리가 비면서 재현이라는 선수가 등장했다. 팀에게는 큰 축복이다"며 기분좋은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플레이오프는 1~2번의 출루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찬스를 만들어주는 불꽃이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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