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의 기쁨은 하루면 충분하다. 세계 정상에 오르는 일이 일상이 된 안세영(24, 삼성생명)에게 어제의 우승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올해 67경기에서 66승을 거두고 50연승과 10회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작성했지만, 그의 시선은 벌써 다음 목표를 향하고 있다. 다만 쉼 없이 달려온 몸은 이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경기에서 이기는 건 너무 좋고 행복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잊어버리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경기와 대회가 또 있다 보니 크게 기뻐할 겨를이 없다. 다음 목표를 향해 새롭게 준비하기에는 좋지만, 우승의 여운을 깊게 느끼지 못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라며 웃었다.
안세영은 최근 2주 동안 유럽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압도적인 기량을 증명했다.
지난 18일 덴마크오픈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5일 프랑스오픈까지 제패했다. 2주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올 시즌 1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달에는 여자 단식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까지 이뤄냈다. 아시안게임 이후 약 일주일 동안 짧은 재정비 시간을 가진 그는 곧바로 유럽으로 향했고, 두 차례 국제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올해 안세영이 작성한 성적은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67경기에서 66승 1패. 승률은 무려 98.5%다.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에게 패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50경기 연속 승리다.
이번 시즌 아시안게임을 포함한 10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준우승에 머문 전영오픈을 제외하면 출전한 모든 개인전 대회를 제패한 셈이다.
지난 시즌에는 11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역대 남녀 단식 한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올해도 이미 10회 우승을 기록한 만큼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경쟁자들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세계랭킹 2위 왕즈이와 3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는 최근 프랑스오픈에서 나란히 16강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두 선수 모두 상대에게 한 게임도 따내지 못한 채 0-2로 패했다.
반면 안세영은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았다.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는 평소와 달리 실수가 나오면서 첫 게임을 내줬지만, 승부를 뒤집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안세영은 두 손으로 왕관 모양을 만들어 머리 위에 얹었다.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낸 자신에게 보내는 축하였다.
평소 안세영은 우승이 확정되면 크게 포효하거나 한 손을 귀에 가져다 대며 관중들의 환호를 유도하곤 한다. 이번에는 왕관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했다.
안세영은 "올해 대회 일정도 많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어서 스스로를 자축하고 싶은 마음에 해봤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우승을 향한 집념과 별개로 몸 상태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안세영은 덴마크오픈 결승에서 오른쪽 아킬레스건에 통증을 느꼈다. 경기 도중 코트에서 미끄러지면서 불편함을 겪었지만, 끝까지 경기를 이어가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안세영은 "프랑스에서는 괜찮았는데 덴마크오픈 코트가 많이 미끄러웠다. 슬라이딩을 많이 하면서 코트에 땀이 많이 묻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28/202610281856778417_6ae1d00fedefc.jpg)
이어 "직접 닦기도 했는데 심판이 안 된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곤란했다. 아킬레스건에 불편함은 있었지만 다친 것 같지는 않아서 계속 뛰었다"라고 돌아봤다.
프랑스오픈에서도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다. 8강에서는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심해져 테이핑을 한 채 경기에 나섰다.
결승에서는 체력적인 부담이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첫 게임을 내주는 등 평소 안세영답지 않은 실수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우승을 차지했지만, 강행군의 여파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안세영 역시 현재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생각보다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걱정했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회 일정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 달 3일부터 여수에서 코리아오픈 슈퍼 500 대회가 열린다. 국내 팬들이 안세영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이 뜨겁다.
안세영이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준결승과 결승전 입장권은 이미 매진됐다.
정작 안세영의 출전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안세영은 "쉼 없이 계속 달려오기만 해서 이제는 재정비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일단 휴식을 취하며 회복해 봐야겠지만, 몸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다면 무리해서 출전할 수는 없다. 몸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출전 여부를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무조건적인 출전보다 자신의 몸을 먼저 살피겠다는 뜻이다.
안세영은 이미 올해 67경기를 치렀다. 지난 3월 이후 50번 연속 승리를 거뒀고, 아시안게임 2연패와 유럽 대회 2주 연속 우승까지 이뤄냈다.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만큼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승률 98.5%라는 숫자는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얼마나 쉼 없이 코트를 누볐는지도 말해준다.
안세영에게 우승은 오래 붙잡고 있을 성과가 아니다. 하루가 지나면 기쁨을 내려놓고 다음 대회를 준비한다. 자신이 세운 기록에 만족하기보다 다음 목표를 바라보는 태도가 지금의 안세영을 만들었다.
다만 정상에 오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자리를 오래 지키는 일이다.
올해 10번째 우승을 마친 안세영은 스스로 왕관을 썼다. 그리고 이제는 잠시 멈춰 몸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50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최강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가 아닌 충분한 회복일 수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