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투수력 강화를 위해 허구연 KBO 총재와 ‘끝판대장’ 오승환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과학적인 훈련 시스템 구축과 선수 육성 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한국 야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허구연 총재는 지난 26일 오승환 대표가 운영하는 ‘오승환 퍼포먼스 랩’을 방문했다. KBO가 해당 시설을 공식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허구연 총재는 첨단 훈련 시설을 직접 둘러본 뒤 오승환 대표와 한국 야구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이날 논의의 중심에는 한국 야구의 투수력 강화가 있었다. 이들은 현대 야구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바이오메카닉스(생체역학)와 데이터 기반 훈련 시스템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허구연 총재는 “팬분들의 KBO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한국 야구의 전반적인 경기력, 특히 투수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초 시스템과 인프라 발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선진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야구의 특성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세계 야구의 흐름을 읽는 ‘국제화’와 이를 국내 현실에 접목하는 ‘한국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허구연 총재는 “오승환 대표가 선구자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먼저 시작해 주어 진심으로 고맙다”며 “이러한 데이터 및 방향성을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훌륭한 코치진의 육성과 레전드 선수들의 노하우 전수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무대를 두루 경험한 오승환 대표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훈련 방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직접 체감한 선수 육성 환경과 시스템의 차이를 설명하며, 이제는 지도자의 경험과 감각에 과학적인 분석이 더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승환 대표는 “과거처럼 지도자의 눈대중이나 감각에만 의존해 피드백을 주던 시대는 끝났다”며 “정확한 데이터와 시각화된(Visual) 지표를 바탕으로 소통할 때, 요즘 젊은 선수들의 이해도와 수용력이 훨씬 높아진다”고 밝혔다.

오승환 퍼포먼스 랩은 이러한 철학을 실제 훈련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대구대학교 및 산하 산학협력기관과 협력하며 한국 선수들의 체형과 신체적 특성을 반영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해외에서 구축된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기보다 국내 선수들에게 적합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훈련과 선수 육성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승환 대표는 유소년 야구의 저변 확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유소년과 아이들이 야구를 직접 보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늘려야 하고, 그것이 퍼포먼스 랩 설립의 주요 취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며 어린 선수들이 야구를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번 만남은 향후 KBO와 오승환 퍼포먼스 랩의 협력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허구연 총재는 “KBO 역시 한국 야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향후 관련 센터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KBO와 오승환 대표, 그리고 퍼포먼스 랩이 한국 야구 투수력 발전을 위해 긴밀한 협업과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한국 야구의 투수력 강화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KBO의 중장기 발전 구상과 오승환 대표의 현장 경험, 데이터 기반 훈련 시스템이 만났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측의 공감대가 구체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