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 시리즈인가.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의 정중앙에 섰다. 삼성의 강력한 좌타 중심라인을 잡아 기선제압의 길을 열었다. 다음날에는 제구난조로 좌타라인을 막지 못해 승리를 내주는 상황을 동시에 연출했다. 157km 강력구위에 따라 KIA 후반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가 플레이오프에서 중요하다. 곽도규와 함께 경기 중후반부터 중요한 시점에서 좌타 중심타자를 상대할 것이다"고 예고했다. 김지찬과 김성윤의 테이블세터진, 구자욱 디아즈 최형우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막는 것이 최대의 숙제이다. 이의리가 강력한 구위로 제압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실제로 26일 대구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완벽했다. 선발 제임스 네일이 5회 1사후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정해영이 급히 올라 5회를 잘 막아주었다. 5-1로 앞선 가운데 6회 등판해 류지혁 김지찬 김성윤 구자욱 디아즈까지 5타자를 완벽하게 막았다. 최형우는 출전하지 않았다. 조상우 곽도규 전상현이 나머지 3이닝을 셧아웃하고 승리를 지켰다.

이의리가 좌타라인을 완벽하게 봉쇄하고 추격의지를 꺾어놓은 것이 컸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달랐다. 1-4로 뒤진 가운데 5회 2사후 선발 아담 올러가 박승규의 내야안타를 허용하자 구원에 나섰다. 구자욱 디아즈 최형우 김영웅까지 4명의 중심 좌타자들을 막아주기를 기대하는 연투였다.
결과는 전날과 정반대였다. 구자욱 볼넷, 디아즈 사구, 최형우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추가실점을 했다. 주자가 있는터라 이중킥킹이 아닌 셋포지션 투구를 하자 제구가 듣지 않았다. 157km짜리 위압적인 직구로 좌타자들을 잡아내는 전날의 구위도 제구도 아니었다. 추가점을 내주는 통에 계획은 무산됐다.
지는 경기에 이의리를 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의리의 임무는 중요한 시점에 중심 좌타자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이의리가 잘 막아내면 3점 차는 후반에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을 것이다. 이틀 연투이지만 28일 경기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전날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면서 승기를 그대로 건넸다.

앞으로 3차전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의리가 등판할 것인지 관심이다. 곽도규도 경쟁력을 보였지만 이의리가 구위가 워낙 좋아 2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그대로 믿고 맡길 가능성이 있다. 이의리 개인에게도 이번 가을을 통해 내년 시즌 확실한 도약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이의리가 다음 경기에서는 어떤 투구를 할까? 어쩌면 이의리의 투구에 따라 시리즈 향뱡이 결정될 수도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