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
한때 KIA 타이거즈의 승리를 위해 뛰었던 두 선수가 이제는 친정팀에 가장 뼈아픈 일격을 안겼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외야수)와 류지혁(내야수)이 플레이오프 승부처마다 해결사로 나서며 KIA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대구에서는 최형우가, 광주에서는 류지혁이 친정팀을 울렸다.
먼저 최형우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은 지난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벤치를 지켰던 최형우는 2차전에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5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올린 데 이어 7회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수비에서도 빛났다. 6회 2사 후 해럴드 카스트로가 좌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타구를 날리자 재빨리 공을 처리해 2루로 정확하게 송구했다. 2루까지 내달린 카스트로는 아웃되고 말았. 최형우의 송구 하나로 이닝이 끝났다.
최형우는 경기 후 “홈런보다 호수비가 100배 더 기쁘다. 사실 아웃시킬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제가 봐도 공이 말도 안 되게 잘 날아갔다. 운 좋게 아웃으로 연결됐다”며 웃었다.
상대 사령탑도 최형우의 관록을 인정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확실히 풀어가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어려운 공이 오면 안 치고 쳐야 할 공을 쳤다. 경험이 많은 최형우가 중심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대구에서 최형우가 친정팀에 상처를 남겼다면 광주에서는 류지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류지혁은 2-3으로 뒤진 5회 1사 1루에서 KIA 선발 시라카와 쇼를 상대로 우월 투런 아치를 터뜨렸다. 단숨에 4-3으로 승부를 뒤집은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3회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린 류지혁은 이날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거두며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삼성은 KIA를 6-4로 꺾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홈런을 맛본 류지혁은 “제가 평소에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라서 손맛이라는 걸 잘 모른다. 그래서 홈런을 치고도 전력 질주하는 편인데 오늘은 치고 나서 넘어갔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포스트시즌 홈런은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 인생이 끝나기 전에 포스트시즌 홈런을 때려 기분 좋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친정팀을 향해 특별히 이를 갈았던 건 아니다. 오히려 KIA를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류지혁은 “KIA와 경기할 때 더 잘하려다 보니 더 안 되는 것 같아서 생각을 바꿨다. 전 소속팀이 아닌 나머지 9개 구단 중 한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형우는 관록으로, 류지혁은 결정적인 역전포로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이들에게는 소속팀의 승리를 위한 활약이었지만 KIA에는 누구보다 잘 아는 옛 동료들에게 당한 뼈아픈 일격이었다.
삼성은 두 선수의 활약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진출의 문턱에 섰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