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곧 쓰러질 것처럼 그러니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퉁버지’ 최형우를 바라보는 김헌곤의 말에는 웃음과 존경이 함께 묻어났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그라운드에 나서면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선배를 향한 이야기다.
최형우는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4경기 연속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주전 좌익수 구자욱이 왼쪽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지명타자로만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최형우가 외야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정규시즌에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던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팀 사정상 수비까지 소화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박진만 감독도 최형우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수원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최형우 선수가 플레이오프 1차전을 빼고는 계속 수비로 나가고 있다. 정규시즌 때도 그렇게 안 나가봤는데 플레이오프에서 계속 나가고 있어서 저한테 옆에서 계속 찌르고 있다”고 웃었다.

구자욱 역시 선배를 향해 농담 섞인 응원을 보냈다. 그는 “지금 생활하는 데는 문제없는 것 같고 경기 출전은 감독님께서 시키는 거기 때문에 계속해서 몸 상태를 체크 중이다. 사실 형우 형이 시즌 때 지명타자를 많이 쳤기 때문에 지금 경기 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형우 형이 열심히 잘 준비하고 있고 몇 경기 안 남았기 때문에 좀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헌곤도 최형우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김헌곤은 “형우 형이 항상 곧 쓰러질 사람처럼 그런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해도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다 한다”며 “제가 우스갯소리로 사비를 모아서 위인전 하나 만들자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형우와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김헌곤은 “형우 형에게 ‘저희가 뒤에서 든든하게 지키고 있으니 편하게 하시라’고 했더니 ‘뒤에서 지키면 뭐하냐. 수비할 때 같이 나와서 해주는 거 아니면 그런 말하지 마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베테랑들의 유쾌한 농담 속에는 서로를 향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피하지 않는 최형우의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김헌곤에게 이번 가을야구는 가족의 응원 덕분에 더욱 특별하다. 아내 박나윤 씨는 삼성의 플레이오프 기간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108배를 하며 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김헌곤은 “너무 고마웠다. 다섯 번이나 간 줄 몰랐다”며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헌곤은 “저도 광주에서는 무등산에 갔고 수원에서도 광교산에 갔었다”고 밝혔다.
김헌곤은 올 시즌 KT를 상대로 11타수 5안타, 타율 4할5푼5리(0.455), 1홈런 1타점 4득점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상대 전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표본이 적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팀이 이기고 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플레이오프부터 주장 자욱이를 비롯해 형우 형이 항상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좋은 분위기를 따라간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