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뛰었을 때는 부족한 점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진정한 라이온즈 리더가 됐습니다.”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3차전, KBO는 이날 3차전 시구자로 ‘국민타자’ 이승엽 전 감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원클럽맨으로 삼성 왕조를 이끌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56개)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는, 그리고 이날 경기가 열리는 라이온즈파크에 벽화까지 그려져 있는 삼성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2017년 현역 은퇴 이후에는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푸른 피’가 흐르는 대표적인 레전드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2010년대 초반, 일본프로야구 생활을 마감하고 다시 돌아와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이승엽이었다. 이때 왕조를 구축했다. 이승엽과 왕조 시대를 함께했던 선수도 얼마 남지 않았다. 최형우는 KIA 타이거즈에 몸담고 돌아왔다. 그리고 구자욱이 있다. 왕조 시대에는 막내였다. 하지만 이제 구자욱은 팀의 주장으로서 구심점을 잡은 고참이 됐다.

이승엽 전 감독은 이날 명품 시구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여러 질문을 받았고 왕조 만내였다가 이제는 주장이 된 구자욱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이 전 감독은 “이제는 진정한 라이온즈의 리더가 된 것 같다”고 망설이지 않고 치켜세웠다. 이어 “상대팀에서 부담이 되는 선수라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저와 함께 뛰었을 때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성장했다. 팀을 이끌어가는 능력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선수가 됐다”고 막내의 성장을 흐뭇해 했다.
구자욱은 사실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통증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정규시즌 2위를 사실상 확정짓고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을 준비했지만 구자욱의 부상은 최대 변수였다. 플레이오프에 맞춰서 복귀는 했다. 하지만 정상 수비와 주루가 힘들었다. 결국 43세 최고령 최형우가 좌익수 수비를 나서야 하는 또 다른 변수가 파생됐다. 구자욱은 방망이로 자신을 보여줘야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5경기 타율 1할5푼(20타수 3안타) 2타점 2볼넷 6삼진에 그쳤다. 그래도 팀이 3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만호할 기회가 생겼다. 구자욱은 한국시리즈에서 확실하게 만회하고 있다.
1차전 0-8로 패색이 짙던 7회초 추격의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자신의 한국시리즈 마수걸이 홈런. 이후 삼성은 맹추격전을 펼쳤다. 7-8로 패하긴 했지만, 구자욱의 홈런포를 필두로 삼성은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2차전에서도 구자욱은 2안타 1볼넷, 3출루 로 맹활약 했다. 삼성은 수원 원정에서 1승1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대구 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승1패 상황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88.9%(18번 중 16번)가 달리 운명의 3차전, 구자욱은 레전드 앞에서 자신이 왜 리더인지 다시 한 번 증명을 받았다.
0-1로 뒤진 1회 1사 1루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기회를 이어갔다. 앞서 김성윤의 번트 실패가 있었지만 불씨를 되살렸다. 삼성은 1회 1-1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2회, 구자욱은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재현과 류지혁의 연속 볼넷으로 잡은 무사 1,2루에서 강민호가 번트를 실패했다. 그러나 김지찬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가 계속됐고 김성윤의 유격수 땅볼로 2-1 역전했다. 이어진 2사 1,2루, 구자욱은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다했다. 우익수 방면 2타점 3루타를 뽑아내 4-1로 격차를 벌렸다. 홈런이 안 된 게 아쉬울 법한 타구였다.
구자욱은 우익수 안현민이 타구가 떨어진 지점을 뒤늦게 찾아가는 사이, 아픈 다리를 이끌고 3루까지 절뚝거리며 갔다. 이후 포효했고 삼성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절뚝이는 걸음걸이에 첫 우승에 대한 열망이 담겨있었다.
삼성은 구자욱의 2타점 3루타로 리드를 잡았고 추가점이 없었지만 8회 박승규의 쐐기포, 후라도의 7이닝 1실점 역투에 힘입어 5-1로 승리, 시리즈 2승1패를 만들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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