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은 이제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한국 축구가 기대하는 현재이자 월드컵 본선에서 중심이 되어야 할 선수다.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존재감은 분명했다.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흐름이 달라졌고, 동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영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서 이동경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이날 3-4-2-1 전형으로 경기에 나섰다. 조규성이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고 황희찬과 이동경이 2선에 배치됐다. 중원은 황인범과 이재성이 맡았고 설영우와 이태석이 측면을 책임졌다. 수비진은 이한범-김민재-이기혁이 구축했으며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관심은 역시 이강인에게 쏠렸다.
이강인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한 그는 대표팀 합류 직후 휴식 없이 훈련에 참가했다. PSG의 유럽 정상 등극을 함께한 뒤 곧바로 월드컵 준비에 나선 셈이다.
홍명보 감독은 무리하게 선발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장거리 이동과 체력 부담, 고지대 환경 적응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미 검증이 끝난 선수인 만큼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강인이 그라운드에 들어오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후반 18분 설영우 대신 투입된 이강인은 곧바로 공격 전개 중심에 섰다. 공을 잡을 때마다 템포가 달라졌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전담 키커 역할을 맡으며 공격을 조율했다.
후반 31분에는 옌스 카스트로프의 침투를 정확하게 읽어낸 패스로 수비를 흔들었다. 결정적인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상대 수비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직접 해결에도 나섰다. 후반 37분 박스 정면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지체 없이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골문 위로 살짝 벗어났지만 특유의 과감성과 자신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경기 막판에는 경기 운영 능력도 돋보였다. 후반 40분 상대 압박 속에서도 침착하게 볼을 지켜내며 파울을 유도했다. 이어 후반 44분에는 전방으로 정확한 롱패스를 연결했고 손흥민을 향한 정교한 로빙 패스로 또 한 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어냈다.
기록도 인상적이었다. 27분 동안 패스 성공률 95%, 키패스 1회, 슈팅 1회, 롱패스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단순한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영향력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공격 전개의 중심 역할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강인은 경기 직후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하지 않았다. 이태석과 오현규를 비롯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 장면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플레이를 되짚으며 소통하는 모습은 단순한 유망주가 아닌 팀을 이끄는 핵심 선수의 모습에 가까웠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이강인은 기대주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벤치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았다.
PSG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경험했고 대표팀에서는 공격 전개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기술과 경험, 자신감까지 모두 갖춘 이강인은 어느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