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 알 나스르)가 월드컵 탈락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로 2016 우승을 다시 꺼냈다. 특별한 설명도 없이 10년 전 트로피를 내세운 시점이 뜬금없다. 최근 월드컵의 의미를 낮춰 말했던 발언까지 떠올리면 볼썽사납다는 인상을 피하기도 어렵다.
호날두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포르투갈의 유로 2016 우승 당시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과 함께 적은 문구는 짧았다. "Uma vitória de milhões!" 직역하면 '수백만 명의 승리', 자연스럽게 옮기면 '모두가 함께 이룬 승리' 정도다.
유로 2016 결승전은 2016년 7월 11일 열렸다. 포르투갈은 프랑스를 연장전 끝에 1-0으로 꺾고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호날두가 게시물을 올린 것은 우승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개인 소셜 미디어](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11/202607110747773911_6a517ab724db3.jpeg)
기념일이라는 이유는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포르투갈은 불과 나흘 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에서 스페인에 0-1로 패했다. 후반 추가시간 미켈 메리노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대회를 마쳤다.
호날두에게는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그는 경기 후 "이번이 내 마지막 월드컵인 것은 맞다"라고 인정했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계속 뛸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호날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감정이 가라앉은 뒤 미래를 판단하겠다며 대표팀 은퇴에 관한 답변을 미뤘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11/202607110747773911_6a517b20869bc.jpg)
그런 상황에서 호날두가 다시 꺼낸 것은 월드컵 탈락에 대한 반성이나 포르투갈 팬들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었다. 자신이 우승했던 유로 2016이었다.
더 묘한 지점은 최근 그의 발언이다. 호날두는 월드컵 우승이 자신의 꿈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월드컵 우승이 내가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가. 6~7경기로 이뤄진 대회가 최고의 선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다른 말을 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과 함께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꿈이자 야망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월드컵 우승에 실패한 뒤에는 대회의 가치를 낮췄고, 자신의 마지막 도전이 끝난 직후에는 유로 우승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스페인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태도가 나타났다. 호날두는 "나는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23년 동안 뛰며 세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포르투갈은 이전까지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게 2016년 유로 우승은 월드컵과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11/202607110747773911_6a517b20ee771.jpg)
자신의 대표팀 경력을 돌아보는 발언 자체는 문제가 없다. 유로 2016은 포르투갈 축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우승 가운데 하나다.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일찍 교체된 호날두가 벤치에서 동료들을 독려했던 장면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월드컵에서 탈락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별다른 맥락 없이 과거 우승 사진만 꺼낸 행동은 다른 이야기다.
포르투갈 언론도 스페인전 이후 호날두와 결별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 볼라'는 "호날두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정말 충분하다"라는 강한 제목을 달았다. 호날두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짚으면서도 기동력이 떨어진 공격수를 끝까지 고집한 호베르투 마르티네스 감독의 선택을 비판했다.
'레코드'는 "작별의 시간"이라는 표현을 내걸었다. 호날두와 마르티네스 감독 모두를 향한 메시지였다.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토너먼트 득점 없이 대회를 마쳤다. 여섯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는 끝내 골을 넣지 못했다.
그와 오랜 시간 비교된 리오넬 메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메시는 월드컵 우승을 "프로 선수에게 가능한 최고의 성취"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커리어를 완성한 마지막 퍼즐이었다고도 말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11/202607110747773911_6a517b219051e.jpg)
호날두는 월드컵이 최고의 선수를 판단할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월드컵 도전이 끝난 뒤에는 자신이 보유한 유로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렸다.
유로 우승 10주년을 기억하는 게시물이라고만 보면 이상할 것은 없다. 앞뒤의 맥락까지 함께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지막 월드컵에서 허무하게 탈락한 지 나흘 만에 과거의 영광을 소환했다. 뜬금없고, 초라하며, 어딘가 구차해 보이는 장면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