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 메리노가 벤치에서 출발해 또 한 번 스페인을 살렸다. 두 경기 연속 교체 결승골은 월드컵 역사에 없던 기록이다.
스페인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벨기에를 2-1로 꺾었다. 2010 남아공 대회 우승 이후 16년 만에 준결승 무대로 돌아갔다.
첫 골은 전반 30분 나왔다. 티보 쿠르투아가 몸을 날려 첫 슈팅을 쳐냈지만 파비안 루이스가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았다. 수비수 다리 사이를 가른 오른발 슈팅이 벨기에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벨기에는 전반 41분 균형을 맞췄다. 티모시 카스타뉴의 크로스를 샤를 더 케텔라러가 정확한 타이밍에 머리로 받아 넣었다. 스페인이 이번 대회에서 허용한 첫 실점이었다. 전반은 1-1로 끝났다.
경기 전부터 벨기에에는 악재가 겹쳤다. 주장 유리 틸레만스가 워밍업 도중 다쳐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미국과 16강전에서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아마두 오나나도 없었다. 후반에는 쿠르투아마저 긴 킥을 할 때 다리 근육 통증을 느껴 벤치로 물러났다.
루디 가르시아 감독은 쿠르투아 대신 센네 라먼스를 투입했다. 쿠르투아는 더 뛰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벨기에 벤치는 100% 상태의 골키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눈물을 보이며 나온 주전 골키퍼는 벤치에서 남은 시간을 지켜봤다.

라먼스에게는 잔인한 결말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백업 골키퍼는 쿠르투아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준비할 틈 없이 들어갔다. 막아낼 수 있었던 낮은 슈팅을 흘린 뒤 그대로 주저앉았다. 쿠르투아는 경기 후 라먼스를 끌어안고 골키퍼만 아는 고통을 나눴다.
스페인은 후반에도 벨기에를 몰아붙였다. 슈팅 수는 17-5까지 벌어졌다. 18세 라민 야말은 오른쪽 측면을 흔들었고, 페드리는 중원에서 공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벨기에 수비는 마지막 선에서 버텼지만 체력과 집중력이 동시에 떨어졌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후반 41분 메리노를 불렀다. 교체 투입 두 분 뒤 승부가 갈렸다. 파우 쿠바르시가 낮게 때린 슈팅을 라먼스가 한 번에 잡지 못했고 공이 앞으로 튀었다. 메리노는 골문 앞에서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메리노에게는 익숙한 시간이었다.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도 교체로 들어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뜨렸다. 스페인은 그 한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벨기에전에서는 88분에 다시 골문을 열었다.
서로 다른 월드컵 토너먼트 두 경기에서 교체로 결승골을 넣은 선수는 메리노가 처음이다.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두 밤을 모두 스페인의 승리로 바꿨다. 포르투갈과 벨기에가 같은 왼발잡이 미드필더의 막판 침투에 무너졌다.
메리노의 막판 해결은 이번 대회에만 나온 습관이 아니다. 유로 2024 독일과 8강전에서도 연장 후반 14분 다니 올모의 크로스를 헤더 결승골로 연결했다. 개최국 독일을 멈춰 세운 그 한 골 뒤 스페인은 유럽 정상까지 달렸다.
아스널에서 미드필더와 최전방을 오가는 메리노의 무기는 늦은 침투다. 수비가 공을 바라보는 순간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가고, 큰 체격으로 세컨드볼을 선점한다. 포르투갈전과 벨기에전의 슈팅도 화려한 드리블보다 한발 빠른 위치 선정에서 나왔다.
스페인은 2023년 3월 이후 공식전 37경기 무패도 이어갔다. 벨기에전에서 이번 대회 첫 실점을 내줬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선발 공격진이 열지 못한 문을 교체 카드가 두 경기 연속 마지막 시간에 밀어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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