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프랑스 선수 없다”…댈러스 4강 앞두고 스페인 전 총리 인종차별 파문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7.13 06: 12

마리아노 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가 월드컵 준결승을 앞두고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AT&T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을 치른다. 유럽의 두 강호가 결승행을 다투는 경기에 피부색과 선수들의 가정 배경을 겨냥한 정치인의 문장이 끼어들었다.
영국 ‘가디언’은 13일(한국시간) 라호이가 스페인 온라인 매체 ‘엘 데바테’에 쓴 월드컵 칼럼으로 양국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호이는 프랑스의 전력을 소개한 뒤 “프랑스에는 프랑스 선수가 없다”고 적었다.

라호이는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했고 지난 대회 결승에도 올랐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뒤에 선수들의 인종과 가족 배경을 프랑스 국적과 분리하는 문장을 붙였다.
짧은 한 줄은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동시에 반발을 불렀다. 라호이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스페인 총리를 지냈다. 국가를 대표했던 전직 총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온라인 댓글과 무게가 달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먼저 선을 그었다. 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을 성이나 출생지, 피부색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취지로 라호이를 비판했다. 준결승에서는 스페인의 승리를 바라지만 인종주의는 패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프랑스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로랑 누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프랑스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국가이며 대표팀 선수도 모두 프랑스를 대표할 자격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올리비에 포르 프랑스 사회당 대표는 프랑스가 특정 혈통이나 피부색으로 묶인 나라가 아니라고 맞섰다. 프랑스 대표팀은 프랑스 시민으로 구성돼 있으며 선수들의 부모나 조부모가 태어난 곳은 대표 자격을 바꾸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해외영토부 장관 나이마 무추는 단순한 실언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대표팀이 승리할 때마다 선수들의 국적과 정체성을 공격하는 표현이 반복된다고 짚었다. 프랑스축구협회가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경기 전 신경전과 성격이 다르다. 라민 야말이 최근 두 차례 프랑스전을 이겼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이브라히마 코나테가 경기장에서 답하겠다고 받아친 장면은 선수 사이의 경쟁이었다.
라호이의 문장은 선수의 전술이나 경기력, 득점 기록을 건드리지 않았다. 프랑스 유니폼을 입은 선수 가운데 누가 프랑스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출신 배경으로 나눴다. 양국 정치권이 축구 분석이 아닌 인종차별 문제로 받아들인 이유다.
프랑스 대표팀은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들과 함께 월드컵 역사를 써왔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에는 지네딘 지단과 릴리앙 튀랑, 마르셀 드사이 등이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다양한 뿌리를 지닌 선수들이 두 번째 우승을 만들었다.
킬리안 음바페 역시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성인 대표팀의 주장까지 맡았다. 2018년 월드컵 우승과 2022년 결승 해트트릭, 이번 대회 8골이 그의 프랑스 대표 경력에 남아 있다.
두 팀은 최근 굵직한 무대에서 계속 만났다. 스페인은 유로 2024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2-1로 이겼다. 2025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에서도 5-4 난타전 끝에 프랑스를 넘었다.
프랑스는 월드컵 무대에서 최근 두 차례 패배를 되갚으려 한다. 스페인은 야말과 중원의 점유를 앞세우고, 프랑스는 음바페의 속도와 단단한 수비로 맞선다. 결승 진출팀은 댈러스 스타디움의 90분 또는 연장전에서 결정된다.
축구장의 국가대표 자격은 피부색이나 성으로 갈리지 않는다. FIFA 규정에 따라 해당 국가를 대표할 자격을 갖추고 협회의 선택을 받은 선수가 유니폼을 입는다. 프랑스 선수들이 어느 가정에서 태어났는지는 스페인과의 준결승 선발 자격을 바꾸지 않는다.
15일 오전 4시 공이 움직이면 승부는 패스와 슈팅, 수비와 골로 갈린다. 라호이의 문장은 경기 시작 전에 양국 정치권의 반박을 받았다. 댈러스의 전광판은 승자만 가리지만 프랑스 선수들의 국적까지 판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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