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의 쇄신을 위해 전 국민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국 축구를 지탱하는 기득권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참담한 수준이다.
최근 KBS가 공개한 각 지역 축구협회장들과의 인터뷰 내용은 여론과 완벽하게 동떨어진 그들만의 기형적인 '리그'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23년 3월 우루과이 평가전을 1시간 앞두고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을 포함한 징계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하려다 거센 역풍을 맞고 철회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행정 참사로 꼽히는 이 사건에 지역 협회장들의 관점은 달랐다.

서강일 전북축구협회장은 이 사태에 대해 "하나님 빼고는 우리가 살면서 시행착오가 다 있다"며 "잘못은 때로는 용서도 해주라는 얘기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좀 서둘렀던 면이 있을 뿐"이라며 범죄자 사면 시도를 황당한 논리로 정당화했다.
나아가 여론의 질타를 받는 정몽규 회장 체제를 향해 "'13년 천하'라고들 하는데, 난 '13년 희생'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앞서 정 회장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백현식 부산축구협회장 역시 "사면 문제 등은 실질적으로 정몽규 회장의 큰 흠결 사항이 아니었다. 운이 안 좋았다고 본다"며 여론의 상식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궤변을 늘어놓았다.

최근 홍명보 감독 체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졸전과 행정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 박지성, 유승민(공동위원장), 이영표 등으로 구성된 'K-축구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서 회장은 혁신위를 향해 "박지성, 이영표가 뭘 안다고 혁신위원회를 하나. 축구로서는 국가대표였지 인생을 얼마나 살았고, 법을 얼마나 알고, 사회 경험을 얼마나 안다고 무슨 혁신위원장을 하나"라며 맹비난했다.
이어 "비판만 하지 말고 차라리 직접 선거에 나오라"고 목소리를 높인 서 회장은, 혁신위의 '직선제 전환' 움직임에 대해서도 "정관대로 60일 안에 간선제 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극렬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충격적인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 회장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기간 대한축구협회의 지원을 받아 정 회장과 함께 현지를 참관하고 돌아온 사실을 무용담처럼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무릎이 안 좋아서 협회에 '일반 이코노미 타고는 못 간다. 비즈니스를 태워달라'고 요구했다"며 "비즈니스 업그레이드 비용은 내 사비로 냈고, 나머지 숙식은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또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묻는 질문에 서 회장은 "노코멘트하겠다"면서도 "개혁에 의지가 없는 사람이 나타나면 출마 검토는 할 수 있다"며 본인이 개혁의 주체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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