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월드컵을 둘러싼 비자·징계·판정 논란에 사과 대신 공개 반격을 택했다. 대회를 비판한 이들을 향해 증오와 거짓 서사를 퍼뜨렸다고 직격하면서 “100% 안전했다”고 주장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27일(한국시간) 공개 서한을 내고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안전과 포용, 화합을 보여준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한 이번 대회는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표현은 거칠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비판자들이 증오와 비난에 사로잡혀 전 세계 팬들이 경험한 기쁨과 연대를 보지 못했다고 몰아세웠다. 이어 화면과 지면 뒤에서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동안 FIFA는 현장에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었다고 맞받았다.


그는 대회 기간 폭력도, 사건도 없었다며 안전과 보안이 완벽하게 유지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한이 나온 시점에도 FIFA가 답해야 할 개별 논란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사건별 책임이나 절차를 설명하기보다 대회 전체의 성공을 앞세웠다.
가장 거센 논쟁은 미국의 비자 제한에서 시작됐다. 여러 참가국의 팬과 관계자들이 입국 문제를 겪었다. 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압둘카디르 아르탄 심판은 유효한 비자를 갖고도 미국 입국이 거부돼 대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징계 절차에는 정치 개입 논란까지 붙었다.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퇴장으로 자동 1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판정 재검토를 요청한 뒤 FIFA는 징계 집행을 유예했다. 징계 유예로 벨기에와 16강전 출전이 가능해졌다.
발로건 사건은 이번 월드컵 운영 논란을 압축했다. 퇴장과 자동 징계라는 경기 규정에 개최국 대통령의 요청이 끼어들었고, 최종 결과는 다음 경기 출전 허용으로 바뀌었다. FIFA가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의 일관성을 입증해야 할 장면이었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경기에서는 심판 판정을 놓고 팬과 전문가들의 논쟁이 이어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특정 경기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잘못된 경고나 퇴장, 이후 출전정지를 적용하지 않는 결정은 세계 주요 리그에서도 반복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관행을 사용하는 국가들이 FIFA를 비판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잘못된 판정이 있었는지, 외부 개입이 징계 결정을 바꿨는지보다 다른 대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운 셈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란 대표팀의 미국 입국과 아이티, 콩고민주공화국처럼 정치·치안·보건 위기를 겪은 국가들의 참가를 FIFA의 성과로 제시했다. 축구는 정치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월드컵이 국가 간 분열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건이 없었다’는 선언과 입국 거부, 징계 집행 유예, 판정 논쟁은 같은 서한 안에서 충돌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논란의 존재를 지우지 못한 채 비판자의 동기와 태도를 공격하는 쪽을 선택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FIFA를 둘러싼 절차 논쟁은 종료되지 않았다. 인판티노 회장이 꺼낸 다음 싸움은 경기장이 아니라 비자와 징계 결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개 여론전이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