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도 ‘로코’로 사랑을 받은 서인국은 30대에도 그렇고, 40대에도 그럴 것이다. 서인국이 ‘어른 로코’의 정석을 쓰며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렸다.
까칠함 속에 숨겨진 다정함, 냉철한 워커홀릭에서 '상사병 유발자'로. 배우 서인국이 tvN 월화드라마 '내일도 출근!'을 통해 또 한 번 '로코 장인'의 진가를 증명했다. 서인국은 극 중 성격 빼고 모든 걸 갖춘 얼굴 천재이자 차지윤의 직속 상사 강시우 역을 맡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인국은 강시우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잠들기 전까지 모든 것이 일과 연관되어 있는 강시우의 철두철미한 삶은 실제 서인국과는 정반대였기 때문. 서인국은 "강시우와 닮은 점이 있냐고 하면 1도 없다. 나는 강시우처럼 못 산다"면서도 "존경스러웠고, 재밌어 보이기도 했다"고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표현이 적고 딱딱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비주얼적인 고충도 컸다. 서인국은 "딱딱해 보이려고 표정을 지우면서도 '못돼 보이지 않는 딱딱함'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평소 제가 관상이 좋은 얼굴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삼백안에 눈도 찢어져 있고 인중도 짧은 데다 입도 나와 있어서, 무표정하게 있으면 뾰루퉁하다는 오해를 받곤 한다. 강시우는 뾰루퉁한 사람이 아니기에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대표적인 장면이 화제를 모은 강시우와 차지윤이 편의점에서 만난 모습이다. 그는 화제가 된 편의점 장면에 대해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강시우의 표현이 잔잔한 호숫가라면 그 장면은 폭포 같았다"며 "주변에 표현력이 작아도 웃음 포인트가 크게 다가오는 게 있는데, 그런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작 '월간남친'에 이어 또 한 번 오피스물을 성공적으로 이끈 서인국은 오피스물의 매력을 '섹시함'으로 꼽았다. 그는 "사람이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섹시하다고 하지 않나. 로코 오피스물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랑도 사랑이지만 같은 일, 같은 사무실에서 하고 있기에 아슬아슬하게 나온다. 아찔하게 나와서 섹시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내 비밀 연애의 묘미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둘만의 시그널을 보내는 걸 어떻게 몰래하면서 확실하게 표현할까라는 게 너무 재밌었다"며 디테일한 연기 과정을 전했다.

상대역인 박지현과의 호흡도 완벽했다. 서인국은 "굉장히 재미있는 친구다. 어떤 아이디어를 이야기해도 흡수력이 좋았다. 마음이 많이 열려 있어서 적극적으로 해주니 더 과감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긴 다리 위 엔딩 장면에 대해서는 "열린 결말이라 더 확실하게 필요한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애드리브로 '사랑해'라고 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 줬다"는 훈훈한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러한 애드리브가 가능했던 건 그가 현장에서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인국은 "무조건 상대 배우와 현장에서 리허설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봤을 때 튀지 않고 상황에 공감할 수 있다"고 로코 장인다운 굳건한 비결을 덧붙였다.

어느덧 데뷔 15년 차, 1987년생인 그는 올해 40대에 접어들었다. 서인국은 "실제로 어제 촬영하다가 정수정이 내게 '오빠 나이처럼 느껴지냐'고 물어보더라. 지금 내 나이가 내 나이 같지 않은데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고등학교에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40살이다"라며 웃었다.
40대에도 로맨틱 코미디를 완벽히 소화할 비결로는 "관리 열심히 해서 많은 분들이 보실 때 설레는 것과 서사의 만남이 이어지길 응원하게 만들고 싶다. 나이에 맞는 로코를 만나는 게 제가 준비를 했다기보다는 상황에 맞게끔 만나고 있는 거 같다"고 답했다.

15년의 세월이 그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여유'다. 그는 "요즘 유행어처럼 하는 말은 '안되는 건 없다'다. 현장에서 원하는 표현 요구에 있어서는 정말 빨라졌다"며 "아쉬워도 만족할 줄 알고 욕심낼 때는 내는 것들이 경험과 40대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내 감정선, 상황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현장 컨디션까지 보이는 부분도 여유롭게 볼 수 있게 됐다"고 한층 성숙한 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
배우로서 쉼 없이 달리는 원동력으로는 주저 없이 '팬'을 꼽았다. "한번 쉬어봤는데 나랑 안 맞는다. 쉼 없이 달릴 수 있는 건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그는 평소 MBTI가 'INTP'라 잡념이 많아질 때면 게임이나 골프에 몰두하며 정신적인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전했다.
'내일도 출근!'을 통해 또 한 번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마친 서인국은 차기작 '운명을 보는 회사원'을 통해 3연속 오피스물에 도전한다. 단순한 로코 남주를 넘어, 매 작품 치열하게 고민하고 쉼 없이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이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40대 서인국. 현장을 아우르는 능숙함과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그가 그려나갈 다음 챕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lnino8919@osen.co.kr